월간 재즈피플 기고자 소개.
처음 샀던 휴대용 CDP
한참 지나서 갖게 된 iPod 은 갈아 끼울 CD 들을 들고다닐 필요 없이 충분히 많은 음악들을 휴대할 수 있게 해줬죠. 하지만 이미 이어폰은 부자연스러운 게 되어버려서 아이팟은 거치형 스피커에 꽂아서 사용하게 되더군요. 이어폰이나 헤드폰, 그리고 휴대용 음악기기들이 아니라 저는 mp3 같은 매체도 듣기 불편합니다. 아마도 CDP 의 고장과 mp3 시대의 도래라는 것이 맞물려서 제게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는 일 자체를 그만두게 하다시피 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음악은 음반을 스피커로 들어야 제맛이죠.
그러다가 제게 새로운 휴대용 CDP 가 생겨났습니다. 맥시코와 쿠바 여행을 앞두고 항공경유지인 일본의 오사카 전자상가에 들러Sony D-NE20 을 샀고, 상자 따위들을 다 버리고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랬던 이유는 여행중에 만나게 될 CD 들을 mp3 로 아이팟에 넣고 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실제로는 쿠바와 맥시코에서 CD 를 구해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행중에 만난 음악이라고 해서 아무거나 다 환상적인 음악이라고 우긴다면야 길거리 시장에서 넘쳐나는 불법 CD 들을 가지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쿠바나 맥시코가 그리 문화예술적으로 발전해 있는 곳은 아닙니다. 되려 그 반대죠. 그러니 양질의 음악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우리나라보다 더 불법 복제 CD 가 보편화되어있는 환경에서 그 음악을 양질의 CD 로 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짐만 되다시피 했던 CDP 는 여행중에 이미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충전이 되질 않는 고장이 생겨서 여행중에도 건전지를 끼워 사용했었는데, 그역시 건전지 사용량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문제로 여의치 못했죠. 결국 그상태로 수년을 묵혀두다가 최근에 서비스 센터에 맡겼는데, 허탈하게도 CDP 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소위 껌전지라고 부르는 충전지에 문제가 있다는군요. 지금은 Sony 가 CDP 를 더이상 만들지 않기 때문에 껌전지를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간단한 문제었다면 벌써부터 껌전지를 교체했으면 됐을 일이었던 건데 말입니다. 아마 고장이라고 판단했던 때부터 휴대용 음악기기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고쳐서 쓸 의지가 없었던 걸 겁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CDP 가 필요해졌습니다. 앉아서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없어졌고 앞으로 더할 거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포장조차 뜯지 않은 많은 CD 들을 한번씩은 들어줘야 겠는데, 그러니 이동중에라도 들어야겠더군요. 그래서 결국 여분의 껌전지도 구했고, 인터넷에서 배터리 에러를 고치는 방법을 찾아 직접 고쳤습니다. 그러고나니까 기분이 좋아졌네요.
남아돌아 붙여본 애플 스티커는 괜히 붙인 듯. |
분해된 D-NE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