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 over Beethoven2016. 5. 15. 15:00

길 가다가 포스터를 봤는데,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어 존 카니 감독이 세번째 음악영화를 개봉한다고 한다. 이 감독은 음악을 소재로 하지 않고서는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걸까? 두번째까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복제만 반복하는 감독의 세번째 영화를 볼 생각은 없다.


아뿔싸, 그러고 며칠 후 실수로 영화 "곡성"을 봐버렸다. 포스터나 홍보물에 나홍진 감독의 또하나의 자극적인 폭력물 또는 공포물이라고 써줘더라면, 이런 영화를 15세 관람가라고 사기 쳐놓지만 않았더라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쉬신 나오는 공포물이라도 이런 저질 공포물은 사양하겠다. 관객들을 공포스럽게 만드는 것과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은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 이 영화는 관객들을 어두컴컴한 유령의 집에 몰아넣고 갑짜기 뒤에서 소리를 지르는 식으로 깜짝 놀래키기의 연속일 뿐이고, 자극적인 죽음과 분장으로 관객들을 거북하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람들이 블로그 같은 데 맛집이라고 가는 식당에 가보면 막상 맵고 짜고 단 음식들 뿐이더라. 영화 곡성은 블로깅 잘 된 맛집에 다름 없다.


시나리오의 개연성도 없음에 대해서는 천우희의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배역의 행동에는 아무런 동기부여가 되어있질 않다. 그 반대편에서는 그냥 악마라는 설정이면 충분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럼 천우희는 천사인 건가? 아하, 그걸 이제 깨달았군! 천우희가 천사라고 하면 말이 좀 되는 것 같다. 황정민이 언제부터 악마가 되었는지도결말에서 관객에게 "속았지?" 하기엔 억지스럽고 두루뭉술한 설정이다. 혹은 처음부터 악마였다면 왜 악마에 대항해서 살수를 날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혹은 악마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카메라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변명꺼리라도 미리 만들어놓거나. 끝에 곽도원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애매하게 해놓는 것도 이젠 짜증스러운 클리쉐가 됐다.


곽도원과 장소연의 캐스팅에도 그 배우들의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불만이 있다. 쓸 데 없이 긴 영화에 그 둘의 불필요한 정사씬이 나오고 그 정사씬을 아이가 봐버렸다는 내용도 필요 없으면서도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였다고 본다.


이런 영화가 칸느 영화제에 초청됐단다. 그러고보면 칸느 영화제에 초대되는 한국 영화들의 공통점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맵고, 짜고, 달고.



이 영화는 그냥 황정민이 악마다 하면 더이상 볼 이유가 없어지는 자극적인 맛이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