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Mystery Tour/Spain2007. 9. 11. 16:51

각종 여행기를 찾아보면 사람들의 마드리드에 대한 반응은 "기대와 다르게 볼 게 없었다" 인 것 같습니다. 새로 개봉한 "본 얼티메이텀" 을 보면 제이슨 본이 마드리드에서 방황하며 쌈질을 일삼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거기서 마드리드 시가지를 미리 봤지만 정말 그냥 삭막한 도시의 모습이더군요. 어쩌면 정말 바로셀로나만큼 기대했다가는 실망이 더 클 것 같은 생각을 미리 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어요.

밤시간 활용

그래서들 그런지 똘레도나 세고비야 일정을 넣어서 마드리드를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전 마드리드가 이번 여행일정 중에서 가장 기대됩니다. 왜냐면 밤에 갈 곳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셀로나나 기타 다른 곳에서도 그지방의 밤문화가 활발하여 동참할 수 있다면야 마드리드가 더 특별할 게 없겠지만 다른 곳에 비해 마드리드가 저에게 더 특별한 건 그곳에 Calle 54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많이들 보셨을꺼에요. 그 다음해에 나온 영화로 스페인의 페르디난도 뜨루에바 감독이 만든 "까예(Calle)54" 가 있습니다. 상당히 호평받은 라틴재즈 다큐영화로 저도 이번 여행준비를 하면서 알게 되어 구해다 봤지요. (영화 관련 정보는 제 블로그에...) 뜨루에바 감독이 영화 개봉 후에 마드리드에 만든 라틴재즈클럽이 바로 Calle 54(http://calle54.net) 죠. 그밖에도 Cafe Central 이나 Cafe Populart (http://www.populart.es) 도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저역시 마찬가지지만 여행중에는 early bird 가 되기 위해서 일찍 숙소에 들어가 쉬고 다음날 일찍 일정을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스페인에서는 일찍 일어나봐야 별로 할 것도 없어요. 그러니 취향에 맞는 뮤직바들을 찾아다니면서 새벽까지 노는 것도 훌륭한 경험이 되잖을까 싶네요.

가이드북의 한계

배낭여행의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가이드북에 의존한다는 건데, 가이드북에 나오는 정보는 어딘가에 찾아가는 방법 이외는 사실 없죠. 패키지 여행자들은 뭔가 엑티비티도 있고 유적지를 봐도 가이드가 따라붙기 때문에 배낭여행자들이 여행지를 대하는 태도와 좀 다른데, 배낭여행자들은 어딘가에 찾아가서 "나 여기 갔다" 하고 그 앞에서 증빙사진 한 장 찍고 훌쩍 다음 목적지로 가버리는 걸 자주 봅니다. 그런식으로 여행을 압축해서 몸 부서지만큼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내고는 뿌듯해하지만 돌아와서 남는 전 다녀왔다는 증빙사진 말고는 없는 거죠. 사실 그건 여행이기도 하지만 탐험에 가깝습니다. traveling 보다 exploring 이죠. 그걸 더 즐긴다면야 모를까...

여행 인프라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지방마다 다양한 투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작게는 박물관이나 유적 단위로도 투어가 있죠. 만약 마드리드에서 똘레도나 세고비아에 간다면 가이드북에 있는 "그곳에 가는 법" 따위에 의존해서 차표 사서 돌아다니지 말고 현지에서 "guided tour" 를 예약해서 다녀오는 게 좋습니다. 설사 직접 트랜스퍼를 예약해서 도착했다해도 똘레도등에 도착하면 투어를 찾는 게 더 이롭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그러느니 트랜스퍼까지 포함된 투어를 예약하는 게 더 영양가 있겠죠.

언젠가 인도의 아잔타석굴에 갔을 때 현지 가이드를 입구에서 사서 들어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런 가이드들이 100루피네, 200루피라네 하면서 달려들면 호객하는 것 같아서 인상쓰고 지나쳤더랬죠. 그런데 정말 가이드를 안샀더라면 다른 유적지들처럼 아잔타석굴역시 탐험목적지에 불과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충분한 가치가 있었죠.

그런 현지 투어들은 관광지 앞에서도 구할 수 있고 혹은 숙소에서도 부킹할 수 있습니다. 어떤 건 픽업까지 오는 경우도 있고 bus tour 나 bike tour 등은 피크닉 식사까지 포함되어있는 경우도 있죠. 실제 해외 관광객들은 그런 투어들을 십분 활용하더군요. 유독 한국관광객들만 헝그리하게 탐험정신으로 다니곤 하는 것처럼 보여요. 일본인 관광객들만해도 여행목적지의 관광청 사무실에 가보면 왕왕 보이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은 가이드북하나 들고 용감해지는 것만이 배낭여행으로 생각하죠. 물론 투어 않하는 해외 배낭족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다른게 있다면 그들은 장기 여행을 하면서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면서 여유있게 다닌다는 거죠.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서점에서 책 찾아보거나 숙소에서 인터넷 통해 관광지에 대해 공부를 하곤하지만 우리는 현지 서점에 가도 읽을 게 별로 없고, 또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슬프게도 회사에서 짜를려고 칼들고 있기 때문에 얼렁얼렁 돌아다니기에 바쁩니다. 그러니 어느 여유에 서점을 가고 인터넷을 찾겠어요. 그렇다면 정말 현지 가이드가 해답이되잖을까요?

말이 길어졌는데, 마드리드에는 예뻐서 감동할만한 뭔가는 별로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 라는 말의 뜻처럼 뭔가를 알려줄 가이드를 찾거나 사전에 관광지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해두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시 반복해서 말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 라는 말을 "찾아갈 곳을 많이 알아야한다" 고 착각하는 탐험가가 되지 말고, 마요르 광장 옆에 붙어있는 건물들에 어떤 사연이 있고 왜 저런 모양인지를 알고가는 것이 마드리드를 더 보람차게 여행하는 길일겁니다.

미술관

마지막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입니다. 이건 개인적인 취향인데요, 약 6년쯤 전에 한국에서 피카소전이 열렸더랬습니다. 그후에도 열렸겠지만 그때처럼 큰 규모로 열렸던 적이 없죠. 전 그 때 게르니카 앞에서 울뻔했습니다. 그때의 게르니카는 세계를 순회공연다니고 있는 3개의 모작품 중 하나였지만 그래도 무언가에 압도되어 울컥했던 기억이 잊혀지질 않네요. 그 후로,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신축되기 직전에 찾아갔던 옛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반가사유상을 보고 또한 번 울컥했더랬는데... 그보다 더 강렬한 감동을 마드리드에 있는 레이나 소피나 미술관에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곳의 2층 6번방에 게르니카 원본이 있다는군요. 그 앞에서 한참 앉아있고 싶네요. 쁘라도 미술관도 엄청난 규모랍니다. 조깅하듯 작품들 앞을 지나갈 게 아니라 두 개의 미술관만으로도 하루를 충분히 다 보낼 수 있잖을까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