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는 음악으로 먼저 접했습니다. 사실 음악 두어곡 들었을 땐 그냥 그랬었죠. 솔직히 노래만 따지고 본다면 많은 점수를 주고 싶진 않습니다. 조용하게 시작됐다가 내질러버리는 식의 식상한 곡 구성에 목소리나 창법도 참신하지 못해서 말입니다. 그리고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노래를 듣고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은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다는 느낌... 마치 뮤지컬 영화를 보는듯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계속해서 노래가 끊어지지 않는 느낌이더군요.
사실 영화에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노래하던 남자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함께 음악에 대한 꿈을 실현해내는 과정이랄 수 있겠는데, 그 속에 역경도 없고 갈등도 없고 단지 맺어지지 못하는 인연에 대한 안타까움 하나 있을 뿐이죠. 내용적인면에서는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했던 Lost in translation (국내 제목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_-;) 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남녀가 각자의 삶이 있고 잠깐 동안의 일탈과 같은 만남이 벌어지지만 질펀하지 않고 담백한 마무리를 보이죠.
내용이 별로 없다곤 하지만 흥미로웠던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는 (실제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단 한 번도 이름이 불려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흥미로운 점이라면 그렇다 하겠네요.) 영화 중반까지 '그녀'의 착각에 의해 과거속 여자로부터 상처받았다고 관객들을 속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가 런던에 가기 전 어떤 여자와의 전화 한 통이 그걸 알게 해주죠. '그'와 '그녀'에게 영화가 너무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부분을 너무 쉽게 무시하고 넘어가게 만들 수도 있다 싶은데, 생각해보면 이건 상당한 반전입니다. '그녀' 로 하여금 '그'가 상처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의 노래 가사들에 대한 사연은 기실 '그녀'의 생각과는 달랐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관객들까지 그렇게 믿게 했던 '그'에게 상처를 준 '과거속 여자'가 사실은 '현재의 여자' 였다는 것. '그'가 '현재의 여자'를 따라 런던에 가지 않았던 건 아마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겨진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일시적 선택이었던 거겠죠.
How often do you find the right person?"이사람이다" 싶은 순간은 단 한 번이란 거죠. '그'는 '그녀'에게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그녀'가 인생에서 '단 한 번' 찾아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할 필요도 없고 또 그 진실은 별로 큰 의미도 없어지겠죠. (목소리만 출연하는 그여자에겐 미안한 일이겠지만.) 하지만 안타까우면서도 담백하게도 '그녀'는 원래 가정에 한 번 더 기회를 갖기를 선택하고 '그'는 원래의 예정됐던 길을 가게 됩니다. 그 결말의 순간 '그'와 '그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드라이브 갔을 때의 대화가 떠오르더군요. '그'는 '그녀'에게 체코말로 "그를 사랑하나요?" 라고 어떻게 말하는지를 물으며 그녀에게 남편을 사랑하냐고 묻습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하죠.
Miluju tě.자막으로 번역되진 않았지만 '그녀'의 사랑고백임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