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기리 죠 때문에 보러 갔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miss casting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두가지 생각이 들었죠. 하나는 만약 오다기리 죠가 주연을 맡지 않았을 때 영화가 어땠을 까, 그리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이 주연을 했다면 과연 영화가 이보다 더 괜찮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다기리 죠에게 우는 연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다기리 죠라는 배우는 개성 강한 역할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용이 좀 함축적인 영화에서 개성강한 모습으로 허전한 부분을 매워주는 그런 배우가 아닌가 싶네요. 개성에 대한 장점을 그렇게 말했을 뿐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연기파 배우는 아니라는 거죠. '빅리버'나 '파빌리온 살라만더'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유레루'나 '메종 드 히미코' 같은 영화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고 그도 아니면 차라리 '인더풀' 같은 순수 코미디 영화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도쿄타워를 보면 씬마다 너무나 멋있게 등장하는 그의 패션, (특히 스타일리쉬한 스카프들이 눈에 띄더군요) 그리고 실제 그의 취미 도구들 중 하나로 알려진 핫셀블라드 카메라로 극중 어머니의 머리깎는 장면을 촬영하는 씬등은, 영화 내내 그가 보여주는 왠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힘 들어간 자세들까지도 영화를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느낄만큼 그의 개성을 십분 살려주는 요소들입니다.
오다기리 죠가 아니었더라도 영화는 관객을 울릴 수 없다.
이미 책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비교적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차피 뻔한 내용이고 플롯을 이루는데 꼭 필요한 장면과 대사들은 다 들어있는 것 같아보이더군요. 현재와 과거를 적당히 오고가는 편집 구성도 좋았습니다. 그덕인지 2시간을 훌쩍 넘기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뻔한 내용이 그다지 지루하거나 따분하게 느껴지지 않았죠.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앞서 말한 것처럼 오다기지 죠가 연기 탓이 첫번째일 겁니다. 그건 어머니 역할을 한 키키 기린이란 배우의 연기와 대조하면서 봐도 쉽잖게 보입니다. 게다가 이영화에는 연기가 서툴어보이기까지 하는 배우들도 나오지요. 하지만 그것 뿐일까요? 다른 연기 잘하는 배우가 오다기리 죠의 배역을 대신 했더라면 관객을 울렸을까요? 도쿄타워란 영화는 관객을 울게 만들기 위한 영화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시나리오상으로도 좀 어설프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와 안타까운 이별을 한 직후 어떤 뚜렷한 동기 없이 단지 자취생활을 한다는 것만드로 생활이 타락해버렸다는 것이 어설퍼보이죠. 아버지 주변의 환락가 여자들이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그보다 나쁜 친구를 만난다던가, 삐뚤어질만한 사건이 생긴다던가 하는 게 필요할겁니다. 원작에서 그런 게 없었다 하더라도 영화는 영화니까요. 그러다가 반대로 정신을 차리고 생활을 열씸히 꾸려가게 되는 동기 역시 어머니의 암 수술 때문인 것으로 나오지만 설득력이 없는 밋밋한 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오다기리 죠가 울릴만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씬도 별로 없었죠. 울리기에 아주 적당하고 관객들도 울 준비를 하고 있었을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어머니가 자신이 죽은 후에 열어보라던 상자를 여는 씬이죠. 하지만 그 상자 안에서도 그리 큰 감동을 주는 무언가가 나오질 않더군요. 차라리 유년시절 집을 떠날 때 어머니가 1만엔짜리 지폐와 함께 동봉한 편지를 읽으면서 "어머니의 편지에는 자신의 이야기 없이 나를 응원하는 말만 적혀있었다." 라고 독백하며 소년 배역의 주인공이 우는 모습이 더 감동적이었다고 할 정도죠.
어쩌면 그것들이 모두 다 의도된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저 잔잔하게 보여주면서, 안그래도 뻔한 내용의 영화를 심파조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거죠. 하지만 진정 그렇다면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 하면서 스타일리쉬한 오다기리죠를 내새운 것 외에 이영화는 남는 게 도대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