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나를 절망의 바닥끝까지 떨어지게 하소서
잊고 살아온 작은 행복을 비로소 볼 수 있게
겁에 질린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라 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그런 입술을 주시고,
내 눈물이 마르면 더 큰 고난 닥쳐와
울부짖게 하시고 잠 못 이루도록 하시며
내가 죽는 날까지 내가 노력한 것 그 이상은
그저 운으로 얻지 않게 뿌리치게 도와주시기를..
거친 비바람에도 모진 파도 속에도 흔들림 없이 나를
커다란 날개를 주시어 멀리 날게 하소서
내가 날 수 있는 그 끝까지
하지만 내 등 뒤편에서 쓰러진 친구 부르면
아무 망설임 없이 이제껏 달려온 그 길을
뒤돌아 달려가 안아줄 그런 넓은 가슴을 주소서
오래전 난 그의 가사처럼 바랬었다. 그런데 쓰러진 친구도 쓰러질 친구도 없다. 그가 했던 노래 그대로를 보여주고 영원히 가버린 그의 뒤에서 다시 한번... 혹시 앞으로 친구가 생긴다면 다시 한번 넓은 가슴을 다짐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