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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4 이번 주말에 '뉴욕제과점' 찾아갑니다.
her Little White Book2007. 8. 24. 17:22
지난 주말, 친구가 책 추천해달래서 김연수의 '내가 아직 아이었을 때'를 들고나갔지만 그친구한테 바람맞았습니다. 덕분에 나가는 지하철 안에서 단편 '첫사랑' 을 읽었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또다른 단편 '뉴욕제과점'을 읽었죠.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은유적이면서도 소박한 표현, '단문단문장문'의 기본에 충실한 문체, 그리고 그만의 감성...

바람맞아도 감미로운 (옛날에 가나쪼꼬렛 광고 페러디 입니다. 아시려나 ㅡㅡ;) 감동을 또다시 느끼게 해주더군요.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옛날에 '문학동네'라는 계간지에는 작가들의 자전소설을 한 편씩 실는 꼭지가 있었고 제 기억에 거기서 처음 '뉴욕제과점'을 읽었던 것 같네요. 나의 이야기를 남 이야기처럼 쓸 수 있을만한 이야기꾼이 아니고서야 자전소설이란 것이 의미를 갖을 수 없을껀데, (아마 그런 이유로 그 계간지에서도 그런 꼭지를 만들었겠죠. 일종의 작가 테스트?) 그당시엔 군더더기 없이 참 단백하게 썼구나 싶었던 게, 어제 다시 읽었을 때는 그 아래 깊숙히 스며있는 성찰까지 공감이 되더라고요. 20대 중반이었던 제가 30대에 접어든 김연수의 '뉴욕제과점'을 느꼈던 것과, 작품 속의 작가와 같은 나이를 살고 있는 지금의 '뉴욕제과점'이 다르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경상북도 김천의 기차역에서 나오면 광장의 왼편에 보였다던 그 '뉴욕제과점'. 그곳이 문을 닫은 후 24시 국밥집으로 바뀌었다며 자기 인생의 꺼져버린 작은 불빛 하나를 추억하며 서글퍼했던 김연수. 시간이 지나 용기를 내어 그 국밥집에 들러 고개를 떨군 채 국밥 한그릇을 비우고 나오면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또다른 작은 불빛들 앞에 눈시울을 붉혔던 김연수. 그의 그런 심정을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지금, 김천역 앞의 옛 뉴욕제과점 앞을 나서며 작가가 봤다던 그 눈물에 비춰진 몽글몽글한 불빛들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저에게도 삶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작은 불빛들이 거기에 비춰보여지게 될런지도...

인생이 그렇듯, 쉽게 찾아가 국밥 먹고 나오면서 그런 게 보일리는 없고, 자전거를 타고 가겠습니다. 혹시 국밥집마저 없어져서 도착해도 국밥 한그릇 먹을 수 없더라도, 제가 찾는 불빛은 김천역 광장 옆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 있을꺼니까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