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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1 셀축에서 에페스, 쿠샤다스 오고가기 1
Magical Mystery Tour/Turkey2008. 5. 11. 15:21

에페스(Epes, Ephesus) 유적지를 나와 셀축(Selçuk) 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편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마침 그곳에는 한국 관광단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절버스에 올라타던 중이었죠.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원형극장에 둘러 앉아 장기자랑을 해대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으니까요. 그 버스 앞유리에 교회 이름이 적혀있는 걸로 봐서는 단체로 성지순례를 왔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죠. 인솔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혹시 버스가 셀축으로 가면 얻어탈 수 있겠냐고 물어봤지요.

보통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흔히 집단 이외의 소속원들에 대한 목적 없는 거부감 같은 걸 갖고들 합니다. 그래서 평소 같으면 접근도 해보지 않았겠지만 설마 성지순례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그런 여유조차 없을까 싶었지요. 그냥 버스 좀 얻어타자고 물어보는데 별 걸 다 따지고있다 싶기도 한데, 그래서 사실 제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저와 동행하던 친구가 먼저 가서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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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축 인근 지도


{하루 여정} 저는 이른 아침에 셀축의 오토가르에서 미니버스를 타고서 서쪽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해변 도시 쿠샤다스(Kuşadası)에 먼저 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셀축으로 돌아가는 미니버스를 타고 돌아가던 중 에페스에 내렸던 거지요. 사실 에페스에서 셀축으로 돌아오는 길은 걸어서도 갈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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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스의 히치(Hitch) 소녀

만큼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일정을 그리 잡았던 겁니다. 셀축에서 가깝다 하여 에페스를 먼저 갔다면, 에페스에서 쿠샤다스로 가기 위한 차편이 셀축에서보다 애매해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구간을 오가는 미니버스는 정류장도 없는 곳에서 잠깐씩 정차할 뿐이어서 현지사람이 아니고서는 에페스에서 미니버스를 잡아 타는 게 쉽지는 않겠더군요. (버스에서 내릴 때 역시 같은 이유로 난감해지긴 하지만 다행히 버스기사가 눈치껏 내려줍니다. 관광객 처럼 보이는 동양인이 내릴 곳이라고는 종점, 기점 그리고 그 사이의 에페스 뿐이니까요.) 게다가 셀축과 쿠샤다스를 오가는 미니버스는 해가 꺼질 무렵에 운행을 중단하기 때문에 에페스를 먼저 들렀다가 쿠샤다스를 간다면 돌아오는 차편이 위험해질 수 있게 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에페스에서는 폐장 시간이 문제일 뿐 돌아오는 건 걸어서도 갈 수 있으니까 부담이 덜하죠.

에페스 유적지의 북쪽 입구는 셀축의 오토가르(버스터미널)에서 서쪽으로 3km 정도밖에 안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이들은 산책삼아 에페스까지 걸어가기도 한다죠. 실제로 에페스에서 우연히 만나 동행했던 친구는 셀축에서 그곳까지 걸어왔다고 합니다. 걷던 중간에 히치하이킹을 해서 차를 얻어타긴 했다는데, 특이하게도 경찰차를 잡아 탔다더군요. 성지순례단 버스 얻어 탈 때도 알아봤지만, 히치(hitch) 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히치 소녀와 함께 버스를 타고서 셀축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셀축과 에페스 유적지 사이길 옆에는 또다른 유적지 하나가 있는데 그곳을 지날 무렵 인솔자가 마이크를 꺼내 들더군요.

"여러분들 왼쪽에 보이는 곳이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던 터 입니다."

이쁘장한 여자애한테 승차를 허락해준 건데 덤으로 저까지 따라 탄 게 불만인 듯 해보였는데, 거기다 귀동냥까지 하고 있으니 밉상으로 보여질까봐 안 듣는 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 듣긴 다 들었죠.

"지금은 다 부서지고 터만 남았는데, 방금 전에 여러분들이 나오신 에페스에서 보셨던 것들 중 일부는 이곳에 있던 것들을 옮겨다 놓은 것들이기도 해요. 자, 이렇게 여러분들은 오늘 세 곳을 보신 겁니다. 처음에 들르셨던 게 성모마리아의 집이었고요, 에페스를 거쳐서 이렇게 들르진 않았지만 아르테미스 신전까지......"

이들은 아마 대절한 버스를 타고, 저는 차편이 마땅치 않아 갈 수 없었던 성모마리아의 집에 갔다가 에페스 유적지의 고지대인 남쪽 입구에 내려줬나봅니다. 그리고서 셀축에서 가까운 북쪽 입구에서 관광을 마친 그들을 픽업한 거겠죠. 몇년 전 어머니께서 터키와 그리스에 성지순례를 가셨을 때 이들처럼 이렇게 다니셨겠구나 싶어졌죠. 성모마리아의 집은 신자가 아닌 저에게 그다지 흥미꺼리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어머니의 그곳에 대한 인상적인 말씀이 떠올라 가보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굽이굽이 산길을 꽤 올라가야 하고 시간도 모자랐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이틀 여정} 사실 시간만 많다면 문제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에페스와 쿠샤다스를 하루에 다 보기 위해 위에 제가 설명한 것처럼 일정을 고민할 필요도 없겠죠. 만약 셀축에서 하루 여행을 한다면 저처럼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이틀 여행을 한다면 마리아의 집까지 가는 차편을 알아보고 그곳을 구경한 후에 에페스의 남문 또는 북문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마리아의 집에서 성지순례단을 만나기 십상일테니 에페스까지 가는 데 차를 얻어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루는 에페스 근방을 여행하고, 또 하루는 쿠샤다스에 가는 거죠. 날씨만 좋다면 쿠샤다스는 꼭 가볼만한 곳입니다. 오전에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한 후 늦은 오후에 셀축으로 돌아와 에페스 방물관을 관람하면 충분할 것 같네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