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알카자르의 정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미로와도 같은 정원에 숨어들어갔다가, 그늘 아래서 한참을 앉아있었나보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그가 내게 다가왔던가, 혹은 그를 보지 못한 내가 다가갔던 걸까. 한참을 앉아있던 곳의 바로 왼편에는 고양이 한마리가 누워 잠들어있었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보듬고 등을 쓸어주고 배를 간지렀다. 그런데 고양이는 잠든 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깨우지 않으려 조심스러웠던 내가 무안해져서, 조금 약이 올라 끌어다 안아버릴까 하던 찰나였다.
"이거 혹시 죽었나!"
흠짓 놀라 잠시 숨죽이고 지켜봤지만 다행히 그의 옆으로 누운 도톰한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나보다 더 그곳을 즐기고 있는 그를 방해할 생각을 버리고, 아까처럼 다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귀찮게 구는 날 바라봐주지조차 않는 고양이를 몇 번 더 어루만져줬다, 조심스럽게. 문득 그 엄청나게 넓고 아름다운 정원 속에 내가 혼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혼자 있다는 것, 참 잘못된 거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만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보듬고 등을 쓸어주고 배를 간지렀다. 그런데 고양이는 잠든 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깨우지 않으려 조심스러웠던 내가 무안해져서, 조금 약이 올라 끌어다 안아버릴까 하던 찰나였다.
"이거 혹시 죽었나!"
흠짓 놀라 잠시 숨죽이고 지켜봤지만 다행히 그의 옆으로 누운 도톰한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나보다 더 그곳을 즐기고 있는 그를 방해할 생각을 버리고, 아까처럼 다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귀찮게 구는 날 바라봐주지조차 않는 고양이를 몇 번 더 어루만져줬다, 조심스럽게. 문득 그 엄청나게 넓고 아름다운 정원 속에 내가 혼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혼자 있다는 것, 참 잘못된 거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만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