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광영동의 아침엔 바다냄새가 없었다. 이제 막 굳어진 것 같은 시맨트 건물들은 바다가 부서질 때 무슨 소릴 내든 아무 상관 없어보였다. 아주 말끔하게 정돈된 신시가지 광영동. 그곳의 서쪽을 빠져나오자 내 시야는 공장들과 굴뚝에서 뿜어낸 연기들로 가득차버렸다. '광양'이란 이름 다음에 '제철소'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게 그제서야 떠올랐다. 섬진강을 따라 타고내려갔던 바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그렇게 삭막하고 거무튀튀한 제철소들이 삼켜버렸다. 애초에 강을 따라 내려가면 시원한 바다를 만날 수 있을꺼라 기대한 게 순진했던 건지도.
그렇게 광양 제철단지를 빠져나온 난 그저 2번 국도를 따라 보성을 향하고 있었다. 가다보면 바다가 왼쪽에 보일꺼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에서 보는 바다까지의 1cm 는 기실 내가 길 위에서 넘어다볼 수 없는 먼 거리여서 기대할 수 있는 게 못된다는 걸 그간 지나온 길을 통해 배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 기대 없이 열씸히 페달만 밟던 내게 휴식같이 펼처진 곳이 순천이었다. 상사호에서 순천만으로 흘러내려가는 물줄기가 2번 국도와 만나던 바로 그곳, 순천풍경.
그녀의 고향은 순천이라했다. 처음엔 '순창'이라고 잘 못 듣고는 고추장으로 유명한 곳이라며 껄껄 웃어버려서 멋적기도 했었다. 얼마만에 느껴본 호감이었던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멋적은 웃음만큼이나 바보가 되버린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호감이 좋은 만남으로 이어졌을 땐 그것 이후에 어떤 계기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만들어낼 수 없는 누군가에 대한 호감에 비하면 계기란 것은 필연이든 우연이든 어떤이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우연보단 쉬울 것 같아 묘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그 계기를 찾거나 혹은 만드는 일일꺼라며 즐겁게 고민했었다.
그렇게 광양 제철단지를 빠져나온 난 그저 2번 국도를 따라 보성을 향하고 있었다. 가다보면 바다가 왼쪽에 보일꺼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에서 보는 바다까지의 1cm 는 기실 내가 길 위에서 넘어다볼 수 없는 먼 거리여서 기대할 수 있는 게 못된다는 걸 그간 지나온 길을 통해 배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 기대 없이 열씸히 페달만 밟던 내게 휴식같이 펼처진 곳이 순천이었다. 상사호에서 순천만으로 흘러내려가는 물줄기가 2번 국도와 만나던 바로 그곳, 순천풍경.
결국 아무런 계기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긴, 모든 게 다 인연으로 이어진다면 호감이란 단어는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말이 되버릴지도. 그런데 이 글을 쓰며 호감에 대해 말하는 이순간이 조금은 수줍게 느껴지는 건 왠지 더 오래도록 품었던 호감인듯한 느낌 때문일까? 그제서야 내가 광영동의 거무튀튀한 제촐소들을 지나 순천의 따뜻한 강줄기에 매료되어 멈춰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오래전에 자전거여행을 하며 느꼈던 순천풍경에 대한 호감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지금이 마치 그때인 양 느껴지기도 했다. 그녀는 땀흘리며 페달을 구르다가 문득 풍경에 취해 잠시 멈춰섰던 순천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이리라.
내가 멈춰섰던 이곳의 이름이 순천인줄도 당시엔 몰랐다. 그녀의 고향이 순천이란 말을 듣기 전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