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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6 Chocolate (3) - 츄로스, 잠깐의 휴식 속에서 달콤한.
Magical Mystery Tour2009. 2. 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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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varez Quintero거리의 Cafe Catunambu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담긴 진한 쪼꼴라떼Chocolate와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츄로스Churros 인 것 같습니다. 퐁듀 따위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면 딸기나 바나나, 혹은 아이스크림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기호 같은 거겠죠.

쪼꼴라떼와 츄로스는 적어도 스페인어에서 한 단어로 읽어야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쪼꼴라떼 이 츄로스'(Chocolate Y Churros) 라고 한 번에 발음하는 거죠. 쪼꼴라떼는 츄로스를 찍어먹는 소스라고 여겨질만큼 이 둘은 붙어다니는 음식입니다. '핫도그와 케챱' 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항상 핫도그엔 케챱이 발라져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씨리얼' 하면 당연히 우유에 말아져 있는 걸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 말에서 쪼꼴라떼는 영어에서처럼 느끼하게 '촤커릿' 하지 말고 원색적으로 아주 찐하게 '쪼꼴라떼' 라고 해야 그 맛에 더 어울리는 진한 느낌이 들고, 뒤에 '츄로스' 역시도 단 맛 때문에 입 안에서 흥건히 고였던 침을 걸쭉하고 길쭉하게 떨어뜨릴 것처럼 발음해야 그 맛이 느껴질 것만 같네요.


물론 몇 번 먹어보지도 못한 여행자가 그렇게 말하기에는 서투른 감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 이젠 길에서도 흔히 파는 바나나를 못 먹어본 동네 아이들 앞에서 어쩌다 한 개쯤 먹어본 바나나의 황홀한 맛을 침흘려가며 설명하는 꼴입니다. 더욱이 '쪼꼬라떼 이 츄로스'가 이미 생활 문화의 일부인 스페인이나 멕시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아주 흔해진 바나나에 아무런 신비감도 없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바나나 이야길 하는 격일 수도 있겠고요. 물론 그들이 이 글을 읽을 리는 없지만. 하지만 어딜 가나 잠깐동안의 훌륭한 휴식을 주는 이 간식꺼리는 익숙해져서 지루해지거나 흔하디 흔한 재미 없는 것이 되버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 스페인어 선생님이었던 바로셀로나 출신의 따이스Thais와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쪼꼬라떼 이 츄로스' 이야길 꺼냈을 때 그녀가 침을 꼴까닥 하고 삼키며 향수에 젖은 표정을 보여줬던 걸 보면 정말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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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선 어디에서나 쪼꼴라떼를 파는 곳에서 츄로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함께 묶어 파는 건 너무 당연하고 간단한 아침식사 대용으로도 먹곤 하죠. 밀가루 도우를 별모양의 사출기로 뽑아낸 후 튀겨서 겉에 설탕을 묻혀서 내는데 어찌보면 차라리 설탕 도우넛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스페인의 츄로스는 프랑스나 포르투갈 등의 인접국가에도 퍼졌고 미국이나 남미, 특히 케리비안 해에 인접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쿠바나 멕시코 등지에 퍼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해본 멕시코의 츄로스는 우리나라의 계란빵이나 붕어빵처럼 가판대에서 팔거나 혹은 빵집에서 팔지만, 까페에서 파는 건 보질 못했습니다. 물론 있긴 하겠지만 쉽게 접해지지 않았던 건 그걸 대하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는 한 거죠. 그리고 그곳에선 쪼꼴라떼와 츄로스가 서로 따라다니는 세트가 아닌 것도 차이점입니다. 멕시코의 츄로스는 안에 카라멜 시럽이 들어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영화극장에서 파는 카레멜 시럽이 들어있는 츄로스는 멕시코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단 맛을 위해 쪼꼴라떼에 찍어먹을 필요가 없고 그래서인지 함께 세트로 파는 게 일반적이지도 않지요. 더욱이 쪼꼴라떼 하면 우유보다는 물에 타서 나오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멕시코에서는 그것이 츄로스의 단 맛을 더해줄만큼 달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멕시코의 길거리 음식 같은 츄로스 보다는 까페의 의자에 앉아서 즐기는 휴식같은 스페인의 그것을 더 좋아합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