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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4 Chocolate (4) - Museo del Chocolate en Havana, Cuba
Magical Mystery Tour/Cuba2009. 10. 24. 14:30


아바나Havana의 초콜릿 박물관(Museo de la Chocolate) 내부에서 본 풍경입니다. 메르까데레스Mercaderes 거리와 아
마구라Amargura 거리의 교차점에 있는데 여타 건물들과 다를 게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카카오 모양의, 간판이라고 부르기에 소심해보이는 푯말이 하나 붙어있을 뿐이죠. 시내를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까마라 오스꾸라Cámara Oscura가 있는 교차로에서 북쪽으로 한 블럭만 가면 오른편 모서리에 있습니다.

포크 모양으로 표시된 곳이 Museo del Chocolate


아바나의 초콜릿 박물관은 그 이름처럼 쿠바에서 생산되는 초콜릿의 역사에 대한 기록과 사용된 도구들을 전시해놓은 박물관이기도 하지만 사실 박물관이기 보다 초콜릿 까페입니다. 삼시 세끼 먹는 것 외에 과일과 피자, 아이스크림 말고는 궁거질 꺼리라 거의 없다시피한 쿠바에서 초콜릿 박물관은 쿠바 내국인 입장에서도 이국적이라고 할만큼 고급스런 취향의 까페랄 수 있죠. 아주 다양한 초콜릿 음료가 차갑게도 뜨겁게도 나오고 쿠키나 초콜릿 과자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가격도 그다지 비싼편이 아닌데다 시원하게 에어컨까지 나오기 때문에 한 번 들르게 되면 다시 오고 싶어질 겁니다. 저역시도 같은 날 다시 한 번 갔었는데, 정전이 되어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길래 역시 쿠바스럽지 않은 곳은 쿠바에 없구나 하면서 아쉬워했었죠. (쿠바는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서 정전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쿠바는 초콜릿과 진한 인연을 갖은 나라는 아닙니다. 16세기 영국이 지배할 당시엔 카카오는 아직 음료로 유럽에 전파되질 않았었죠. 17세기에 스페인이 식민지 멕시코로부터 초콜릿 음료를 유럽에 전파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쿠바 역시 스페인에 넘어간 상태였습니다. 스페인은 노예들을 쿠바로 이주시키면서 쿠바에서 카카오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기후적으로 쿠바의 동부 지역에 재배지역이 밀집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재매한 역사도 짧고 멕시코처럼 그 지역의 토착문화였던 적도 없기 때문에 그저 강대국의 노동력과 영토 이용의 수단적인 의미로 시작되었죠. 어쨌거나 쿠바의 초콜릿은 스페인에 의해서 시작되었고 그들이 물러간 이후에 남겨져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쿠바의 초콜릿은 달콤함이나 다양한 취향을 상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유럽의 초콜릿처럼 가공기술에 의한 맛있는 초콜릿도 아니고, 역사 깊은 재배지로써의 의미도 없는, 그저 일반적으로 쿠바에서 만나기 어려운 달콤한 맛을 쿠바에도 즐길 수 있다는 정도인 거죠. 무더위 속에서 잠깐의 휴식을 주는, 그렇다고 아무나 즐길 수는 없고 창 밖의 현지인들에게 창가 그늘 정도의 단절된 휴식만을 줄 수 있는 그런 곳. 그게 초콜릿 박물관이고 동시에 쿠바의 초콜릿인 겁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