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사람이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우습게 볼 일인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내 주변 사람들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서 주변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올해 총선은 대선보다 더 중요한 이벤트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희망적인 구도가 거기서 결정되버릴테니까.
그 희망적인 전개는 이런 거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대패하게 되면 당 쇄신에 실패한 박근혜는 한나라당의 대선후보일 수가 없게 된다. 더구나 그렇게까지 망가진 한나라당이 더이상 뭉쳐서 시국을 버텨내며 대선을 준비할 이유가 없어진다. 한나라당을 뒷배 삼아 국회의원이 되는 데 실패했으니 각자 살 길을 찾아 탈당을 하던가 다시 헤쳐모여하는 식이 될테니까. 이건 미리 예상하고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일이다. 이미 천막당사도 한 번 했던 역사가 있는데 또 그럴꺼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
그 상황이 되면 야권 후보들은 누가 됐건 여당과 그를 추종하는 보수의 단결에 영향받지 않고서 다양한 대안이 되어 선택받을 수 있게 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선이 치뤄지는 게 가장 희망적인 전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총선에서 야권이 패하거나 애매하게 이겼다면 대선은 오로지 한가지, 정권을 바꾸기 위한 선택만 가능할 뿐이고 그 자체로는 옳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낮다. 언제나처럼 "대안이 없는 상황"으로 느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연결되어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해왔기 때문에 결국에 "정권 교체"만을 위한 선거가 반복되면서 이렇다할 대안을 만들지도 선택하지도 못했던 것 아닐까? 그런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단일 야권후보를 만들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결국 표는 분산되고 정권교체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일조차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 된다면 2012년에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결말이 된다.
한번 더 나가 생각해보면, 현재의 민주통합당의 태도를 봤을 때 이미 이런 판세를 읽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양보해가며 당 차원에서 야권을 통합할 필요도 없고, 국회에 불출석해가며 더이상 한나라당에 대항할 필요도 없이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들에게 각인시켰으며, 혹시 부족하다면 앞으로 한나라당이 망가지면서, 또는 떨거지 야당들이 마져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은 이번 총선에 주력하여 근소한 차이로라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에 몰두해있을 거다. 그러다 대선 때에 가서 나머지 야당들에게 "정권교체"를 볼모로 단일후보 협상을 시도하는 길이 그들에게 정권을 가져오는 데 가장 확실한 카드가 된다. 이번에 유례 없었던 국민경선을 펼치는 것 또한 "정권교체"를 볼모로 단일후보 협상을 이끌어내는 시점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어 떨거지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 될 거다.
같은 논리로 한나라당을 지게 하기 위한 총선이 되서도 안된다. 하지만 그들의 참패는 결국 국민적 관심으로 이뤄질 일이므로, 한나라당의 참패를 호소하려는 게 아니라 2012년 선거에 유례 없는 관심과 토론이 주변에서 많이 일기를 바란다.
같은 논리로 한나라당을 지게 하기 위한 총선이 되서도 안된다. 하지만 그들의 참패는 결국 국민적 관심으로 이뤄질 일이므로, 한나라당의 참패를 호소하려는 게 아니라 2012년 선거에 유례 없는 관심과 토론이 주변에서 많이 일기를 바란다.
그러니 가장 좋은 건, 4월 총선에서 범국민적 관심으로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거다. 그러면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로 누군가 나서고, 통합진보당에서 문재인을 모셔다 세우고, 안철수나 조국 교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해도, 국민들은 여러 "가능성 있는" 대안들을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선거란 선출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이는 "캠페인"의 내용도 중요하며, 다양한 후보들의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서로 고민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거기까지는 먼 이야기라 할지라도 정권 교체를 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표를 던져야 하는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