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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01 Loud Love
Roll over Beethoven2014. 10. 1. 01:25

내가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이었을 무렵, 부모님께서는 심심찮게 해외로 떠나셨다. 아버지께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으셨던 반면 어머니께서는 좀 안타까워하셨던 것 같다. 당신들 안계실 때 집에서 마구 소리지르다가 내가 김종서도 되고 김경호도 되더니 심지어는 신효범도 된다는 걸 발견하는 등 나름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이었다는 걸 당신들께서는 모르신다. 이건 앞으로도 비밀이어야 하는 것이, 당신들께서 나를 안타깝게 여기신 건 기실 당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일이었으므로 나는 나를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기대에 걸맞게 무척 불편하고 쓸쓸한 시간들을 보낸 것이어야만 한다.


사실 그렇게 쓸쓸하게 보낸 척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 있었다. 바로 음반과 담배인데, 떠나시기 전에 CD 또는 VHS 목록을 적어드리곤 했다. 한국에서는 하나도 구할 수 없는 것들로 적어드려도, 한국에서는 음반가게 자체를 가보질 않은 분들이었음에도 해외에서는 아무 음반점에서는 그냥 흔하게 막 건져지는 물건들이었던지 적어드린 것 중 절반은 가지고 오셨다. 담배는 감히 부탁한 기억이 한 번도 없는데, 어머니께서 항상 "이것만 피우고 끊어라." 라고 하시거나 혹은 건강에 덜 헤로워보인다며 "Mild Seven"을 보루째 사다주시곤 했다. 담배를 피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헷갈렸지만 담배값 굳는 건 좋은 일이었다.


사운드가든의 Louder Than Live 라는 공연실황 비디오도 그때 얻을 수 있었던 물건이다. 당신께서 비행기 타고 낯선 곳에 건너가 물어물어 음반 가게를 찾아가신 후 내가 적어드린 목록을 꺼내보이시면서 무겁게 들고 돌아오셨던 것들 중 하나인데, 이제 단 몇번의 클릭을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물론 당신들께선 다행히도 세상이 그렇게 간편해졌다는 걸 나만큼 실감하고 계신 것 같진 않다. 단 몇번의 클릭이 당신들께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니까.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