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8. 5. 1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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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키우던 동물의 죽음에 관계된 글을 썼다. 그런 후에 내가 왕왕 혼자서도 가곤 하던 가베나루라는 커피점의 고양이 두마리 중 한마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지인의 블로그를 통해 접하게 됐다. 사실 마지막으로 내가 가베나루에 갔던 때에도 고양이 두 마리 중 한마리는 집을 나간 채 그곳에 없었고, 그때 난 그곳의 손님들이 가출한 고양이 소식을 주인으로부터 듣고서 남은 한마리를 만지작대며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외로워서 기운이 없어보여."

지인의 블로그글을 보아하니 둘 중 한마리가 죽어버린 지금 위와 같은 말들로 나머지 하나를 안쓰러워하는 많은 단골손님들의 손때가 남은 한마리의 털가죽을 두껍게 하고 있나보다.

인정할 수 없다. 물론 고양이에게도 쓸쓸함이나 외로움이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고양이에게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건 자기들 생각으로 지어낸 드라마 같은 모습을 고양이에게 뒤집어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들이 이쁘게 생각하는 옷이나 모자 따위를 고양이에게 입혀놓고서 "이쁘다, 귀엽다." 하며 즐기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도 외롭게 만드는 우리들이 고양이의 외로움을 쉽사리 읽을 수 있다? 착각이며 환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로맨스를 갈구하며 드라마나 영화와 같을 꺼라고 착각에 빠지는 것처럼. 누구나 다 돌아본다면 알겠지만 스스로의 (환상 또는 착각을 이용한) 포장이 없다면 절대 로맨스란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차라리 고양이의 죽음에 대한 애도라면 모를까, 남은 한마리에 대한 측은지심이라면 단지 현실에 동떨어져있는 드라마를 즐기는 심리와 다를 게 무얼까.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