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13. 5. 10. 20:31


얼마전 저 아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왔어. 집에 돌아와보니 검둥개 네로랑 마당에서 뒹굴고 있더라고. 동네에서 못 보던 개라서 의아했지만 놀다가 가겠거니 하고 신경 안썼어. 다음날 되니까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더라고.


그런데 어디선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어. 왜 있잖아, 개가 낑낑댈 때 내는 그 얇상한 소리.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찾다가 세탁실 세탁기 통 속에 빠져서 못 나오고 있는 저녀석을 발견했지. 그때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어. 어딘지 모르겠지만 이녀석은 도망쳐서 여기로 숨어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아니나다를까 동네 아저씨가 잡아잡술려고 시장에서 사온 개더라고. 그걸 알고나서 동네 슈퍼에 아저씨들 탁배기 하실 때 찾아가서 함께 술마시며 저녀석을 팔라고 설득을 했지. 아저씨가 엄청 먹고 싶었긴 했나본데 결국 그날 술 다사고 5만원 드리고 저친구 데려온 거야. 


아, 이름? 노루스(Nowruz;نوروز). 파르시로 "새로운 날" 이란 뜻이지.


맞아, 시골 동네다보니 이웃에서 뭐 하는지 서로 다 알지. 그러니 아저씨가 날 속이진 않았을 꺼야. 그건 도시 사람들이 서로 하는 생각이고, 여기서 그랬다가는... 그러니 아저씨가 자기개가 아닌데 나한테 팔았다거나 웃돈 받고 득보시진 않았을 꺼야. 하지만 노루스 대신 곧 다른 개가... 저기 담 넘어 건너편에 보이는 저 집 있잖아. 저 집 아저씨가 개고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그런데 왜 한국 어른들이 개를 죽일 때 고통스럽게 때려서 잡잖아. 그러면 고기가 야들야들해진다고 믿는 것 같더라고. 벌써 세번 들었어, 개 비명 소리. 스위스 사람들이 얼마나 개를 좋아하는지 너도 봤잖아. 문화적인 차이가 있으니 개를 먹는 것까진 뭐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정말 그 소리 다시 듣고 싶지 않아.


노루스, 정말 살갑잖아? 그래, 어쩌면 네 말대로 여전히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르지.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