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7. 6. 29. 14:32
사람들과 술 좀 마시고 정신이 물렁해졌을 무렵 마주보고 앉아있던 한 사람이 계속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그사람이 제 오른쪽에 와서 앉았고 좀있다가는 슬며시 제 손을 잡더군요. 누가 볼까봐 민망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전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그냥 가만히 손에 힘을 빼고 있었지요.

내 손목 위에 닿고서 수줍게 흘러내려 잡아드는 그 손.
내 손등을 살짝 덮고있다가 티 안 날 만큼만 스다듬는 그 손짓.

그순간 마음이 가진 않았지만 어떤 간절함이 묻어있어 저로써는 확고한 몸짓을 할 수가 없더군요. 잡을 수도, 뺄 수도......


사람들과 헤어진 후 그사람에게서 좋은 사람 같아보여서 그랬다고, 앞으로 또 그럴지 모른다고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다음날, 숙취의 괴로움이 지나가자 어제의 그 기억이 섬짓한 느낌과 함께 찾아오더군요. 온종일 떠오르길래 마침 나좋다는 여자 본지도 오래되서 외로운데 그냥 사귈까 하고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주저하게 만드는 단 한가지 이유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저는 여자만 좋아한다는 거지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