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켜니 구글뉴스에 그의 사망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잠들기 전 그에 대한 최신 뉴스를 찾아봤던 터라 구글신은 짓궂게도 내가 잠든 사이 영원히 잠들어버린 그의 소식을 찾아내 내게 알린 것이다.
그 어떤 뮤지션의 죽음이 이정도의 아쉬움을 남겼던가. 좋은 음악만 만들어준다면 그들이 마약 좀 하면 더 잘된 것 아니냐던 나로써는, 그동안 많은 뮤지션들의 부고를 접하면서 거의 항상 앞으로는 그들의 과거만 쫓으면 될 뿐 미래를 쫓느라 신경쓸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기 일수였다. 하지만 Roland Dyens 은 다르다.
오늘은 이 연주를 들으면서 뜬금없이 라마누잔 이라는 천재 수학자가 떠올랐다. 그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신께서 주신 아이디어로 공식을 만들어 풀어내지만 정작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수학적 지식이 없었다고 한다. 범인들로써는 잘 이해가 되질 않는 상황이지만 그는 그냥 그걸 직관적으로 알아내는 그런 수학자였다.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어느날 그는 택시 번호 1729 를 보고는 아주 흥미로운 숫자라고 말한다. 두 정수의 세제곱의 합의 형태로 서로 다른 두가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숫자들 중 최소값이라는 것이다. (1729 = 1^3 + 12^3 = 9^3 + 10^3) 그런 그를 보고 동료 수학자는 모든 정수는 라마누잔의 친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인 즉 모든 정수 하나하나에 대해 라마누잔은 그 특성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는 뜻이다.
음악에서 Roland Dyens 가 바로 그런 독특한 천재 였던 것 같다. 혹자는 재즈 뮤지션들 중에서 Egberto Gismonti 나 Ralph Towner 가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클래식기타리스트인 Roland Dyens 는 역설적이게도 재즈 뮤지션인 그들에게 없는 직관적 천재성을 갖고 있다. 계산하거나 연습하지 않고도 그냥 그 음이, 그 감성이 저 악기에서 나올 수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듯한 작곡, 편곡, 혹은 연주를 하는 것.
천재들은 단명하더라. 라마누잔 역시 마흔을 못 넘겼다. 61세에 타계한 그가 너무 짧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그다지 많은 족적을 남기려 하지 않았던 바람 같은 뮤지션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제 또 후 하고 불어지나칠까 우린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