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Mystery Tour/Turkey2008. 7. 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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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하기 전까진 과연 그 고등어 캐밥이란 것이 먹을 수는 있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캐밥(Kebab) 이란 걸 '구운 고기 요리' 정도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접시 위에 담겨있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구운 생선을 빵에 싸서 먹는다니! 여행중에 만난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에크멕(Ekmek; 터키 바게트빵)에 고등어 구이와 채 썬 양파를 넣어 먹는다기에, 그 음식은 상상만으로는 전혀 맛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빵에 생선이란 매치가 쉽지 않은 느낌이었죠. 붕어빵 안엔 붕어가 들어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그럴 겁니다.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카라괴이Karaköy 지역의 갈라타Galata 다리 주변을 거닐다보니 철판 위에서 이글거리는 고등어들을 여기저기서 보게 됐습니다. 꼭 단체로 헤엄치던 고등어떼를 넓다란 쥐잡이 찍찍이판으로 붙여 잡아놓은 것 같더군요. 처음엔 음식에 대한 낯설음과 사람들 무리를 헤집고 철판에 접근해야 하는 생경함 때문에 지나치기 일수였죠.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길 꼭 먹어봐야 한다는 음식을, 또 사람들이 맛집이라 부르는 곳을 일부러 찾지 않고도 만나지는 고등어캐밥을 냄새만 맡고 지나칠 수는 없었죠. 그리고 한밤중에 갈라타 다리 위를 걷던 중 강변에서 흔들거리는 고등어캐밥 보트의 불빛을 봤을 땐, 여기 와보라는 듯한 그 손짓에 불나방처럼 끌려들어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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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타 다리 위에서 바라본 카라괴이 지역. 왼편 작은 보트 세 척이 모두 고등어캐밥 보트.


3 터키리라짜리 고등어캐밥을 처음 먹어본 순간, 그곳에 머물던 3일 내내 하루 몇개씩이라도 먹게 될 거란 것을 직감했습니다. 남은 돈을 잘 쪼개어 고등어 캐밥을 한 개라도 더 먹으려고 했고, 심지어 마지막 날 비행기 타러 가는 길에 배낭을 맨 채로 들러서 최후의 하날 더 먹었죠. 추운 날씨에 다니다보니 화장실에 자주 필요했는데, 1 터키리라 미만인 공중화장실 사용료가 아까워 요의를 참아가면서까지 고등어캐밥을 먹었습니다. 결국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걸 만들어먹겠다는 생각에 제 팔뚝길이만한 에크멕 하나를 사서 배낭에 통째로 넣고 들어오기도 할만큼 저는 그맛에 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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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캐밥 보트 앞은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보트를 선착장에 바투 대고서 그 앞에 천막을 치고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을 수 있는 앉은뱅이 의자와 작은 탁자를 사이사이 배치해놓고 장사를 하죠. 그리고 그 천막 앞에선 삐끼 한명이 행인들을 붙잡습니다. 저도 여러차례 삐끼질을 당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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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로 다가가보면 한 사람이 선착장 위에서 주문을 받으며 계산을 하고 보트 안으로부터 고등어캐밥을 넘겨받아 손님에게 줍니다. 몇개씩 봉투에 싸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천막 아래 쪼그리고 앉아 먹는데, 흡사 우리가 길가다가 포장마차에 들러 떡볶이나 오댕을 먹는 것과 흡사한 분위기죠. 고등어캐밥을 먹는 방법은 저마다 다릅니다. 탁자 위에 고등어캐밥을 올려놓고서 어린이처럼 양파를 덜어내는 사람들도 있고, 고등어의 뼈를 발라내거나 살을 갈기갈지 찢어 에크멕 안에 재배치 한 후 먹는 사람도 있죠. 비치된 소금이나 레몬즙은 취향에 따라 뿌려먹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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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의 한강에 배를 띄워서 마치 갈라타다리 아래에서 그렇게 하듯 고등어 캐밥 장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동안의 붕어빵에 대한 상식을 깨는 일이 될 겁니다. 누군가 돈벌이에 능한 분이라면 제 아이디어로 한강 위에 보트를 띄워 장사해도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혹시 망하더라도 절 원망하진 마세요. 저는 꼭 단골이 되어 드릴께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