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처음으로 떠올린 게 위에 인용한 카프카의 '변신'이 시작되는 부분이었다. 내 자신이 벌레가 되어있는 듯한 느낌에, 딱지를 등에 덮고서 침대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한마리 해충이 되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근준비의 분주함 속에서도 여기저기 급하게 뒤져서 '변신' 책을 찾아들고 나왔다. 난대없이 벌레가 되었다고 시작되는 이 소설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는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벌레가 되었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보다 벌레가 된 기분으로 살아야 할 오늘이 나는 더 비참하다.
박성원의 많은 작품들과 장정일의 일부 작품들에서 왜 그런 뜬금없는, 좋게 말해서 판타지적 도입들이 씌어지고 있었는지도 더불어 이해가 됐다. 그냥 카프카를 좋아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벌레가된 어느날을 경험해봤기 때문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