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트니가 우승했습니다.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왕따격인 그녀를 응원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뿐만이 아니라 준결승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레슬리 또한 아무도 좋아할 것 같지 않은 그런 유형의 사람이었다. 물론 저는 레슬리 캐릭터를 꽤 좋아했고 코트니 캐릭터도 나쁘게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우승자 발표 직전에 결국 2등을 한 엘리자벳의 이름을 주문 외듯 외고 있었습니다.
이게 참 다른 지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실력도 있어야 함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도 함께 갖춰야 하죠. 미국적 시각과 한국적 시각은 그야 말로 다름의 문제이지 어느 한쪽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차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상업 방송의 컴피티션쇼에서 너무나 두드러지게 사람들이 싫어하는 인물을 수위에 오르도록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이 긍정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반면 우리에게 능력과 함께 너무 지당하게 요구되는 친화력이란 기실 필요에 의해 요구되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길러지는 것이며,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는 건 씁쓸한 일입니다.
이 두가지 면을 종합해서 뒤집어 생각해보면 친화력 따위 필요 없이 능력만 있으면 장땡인 거냐고 미국적 시각에 반문해볼 수도 있지만, 가면보다 차라리 솔찍함이 더 나은 것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제가 왜 레슬리를 좋아했고 우승자에 대한 다른 출연자들의 왕따 시선에 동조하지 않았는지도 저 스스로에게 한꺼번에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솔찍한 그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