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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1 황색 눈물, "인생은 인간을 속이지 않는다." 1
  2. 2006.10.31 金髮の草原
Roll over Beethoven2007. 6. 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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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노트북 들고서 광화문 스폰지하우스를 찾아갔습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길래 표를 사고서 바로 옆의 카페 themselves 에 들어가서 노트북 켜고 무심하게도 예매한 영화 정보는 찾아볼 생각도 안하고 9월 말에 출발할 여행 계획이나 짜고 있었죠.

극장에 들어섰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게다가 관객들이 거의 다 여자였기 때문이었죠. 영화가 시작되기 전, 소녀들의 수다에 시달려가며 이게 무슨 일일까 싶어 두리번거려봤지만 정말 남자 한 마리 찾기가 어렵더군요. 알만한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물어보니 아라시 라는 일본 아이돌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일꺼란 답장이 와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5분, 왠 애들이 어른 흉내 내면서 연기하는 게 어색해보였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로 들어서면서 그냥그냥 볼만했습니다. 같은 감독의 다른 영화에 비하자면 좀 그랬지만 모든 작품이 다 환상적일 수는 없는 거죠. 하지만 주연배우들이 극중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의 꿈을 꾸고 사랑에 실패하고 다시 꿈 앞에 절망하는 모습인데, 그런 모습들을 소화하기에 나이가 문제는 아니겠지만 누가 봐도 꿈 앞에서 절망하기엔 너무 어려보이기 때문에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까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심취한 영화에 대한 반응으로 보기엔 오버스러울만큼 거의 예외 없이 자리를 뜨지 않은 소녀들을 보고있자니 아다린지 아라신지에 대한 충성심이 느껴지면서 왠지모를 오싹함이 전혀지더군요. 아마 뭔가에 홀려있는 종겨집단 집회 한가운데 나혼자 이단이어서 발각되면 밟힐 것 같은 그런 공포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불이 켜지자마자 벌떡 일어나고 문밖을 나서려고 하는데, 불이 켜져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관객들을 보니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지더군요. 불이 켜져도 정신 못차리고 있다면 혹시 영화보면서 팔걸이에 뽄드라도 꽂아놓았던 걸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죠. 문을 나서려는 순간 이누도 잇신 감독이 극장 안으로 들어섰거든요. 모르고 있던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예정되어있었더군요. 그 극장 안에서 나만 모르고 있던 게 아라시 뿐만이 아니었던 거지요. 극 중 아다리의 어떤 멤버 하나가 여자출연자와 합궁한 걸로 해석해야하냐 아니냐 따위를 물어보는 소녀들 사이에 쬐그맣게 구멍나있는 제가 앉았던 자리에 다시 엉덩이를 꼽아넣었습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 참 재미있는 사람이더군요. 함께 무대에 선 스폰지하우스 대표도... 감독과의 대화 시간 전에 이누도 잇신 감독은 영화 "괴물"에서 처음 괴물이 출현했던 한강시민공원을 찾아가 영화에서처럼 돗자리 펴고 맥주랑 오징어 씹었다고 합니다.

어려서 봤던 5부작 동명타이틀의 드라마에 대한 감동 때문에 영화화 했다는 감독이 "젊음에 대해서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인생에 대해서는 이기고 지는 게 없다" 라고 말하면서 원작 만화와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영화와 함께 큰 공감대를 이루게 되더군요.
Posted by Lyle
Roll over Beethoven2006. 10. 31. 18:12
얼마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과 '메종 드 히미코'(2005) 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이누도 잇신의 '금발의 초원' 은 2000년 개봉작으로, 거꾸로 옛날 작품이 --- 비록 상영관 하나 뿐이지만 --- 개봉관에 걸리는 걸 보면 국내에 이미 많은 고정 팬들이 생겨났음을 시사하는 것 같다. 동시에 앞으로도 이전 작품을 포함한 이누도 잇신의 작품들이 소개될 꺼라는 기대도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재밌다." 를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전체 줄거리 뿐만 아니라 장면들마다, 표현들마다, 소재들마다 정말 마음에 쏙드는 것들이 100분가량 주루룩 펼쳐졌다. 영화를 줄거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장면들 하나하나를 죄다 외워버리고 싶을만큼, 영화가 흘러가는 게 아까울만큼 재미있게 봤다.

일본판 문근영 같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귀여우면서도 그 속에 엉뚱한 섹시함이 묻어나는 이미지의 이케와키 치즈루, 그녀가 벗어놓은 (아마 '벗겨진' 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펜티를 입는 장면은 영화를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넣는 신호탄 같았다. 게다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에서의 이미지와 너무나 틀려 더욱 놀라웠던 그녀, 남자친구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에서 깡패 친구였고, 영화 '유레루'에선 못생긴 주유소 직원이었던 아라이 히로후미라는 사실이 못마땅하게 느껴질만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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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닛포리(이세야 유스케)가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알았는데, 이영화 어렸을 때 봤던 'The Boy Who Could Fly' 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영화에서 자폐아가 결말부에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죽고 사는 거?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