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10. 9. 16. 01:33
몰랐겠지만 난 그때 널 끌어안고 싶어졌어. 결승점이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런 생각하면서 달리고 있었단다. 나에게 감격스러웠던 건 연습 때도 그렇게 느리게 뛰어본 적 없었던 10km 를 완주했기 때문도 아니었고, 처음으로 누군가와 동반해서 완주했기 때문도 아닌, 출발선에 서서 불쑥 들이밀었던 두가지 약속을 결국 네가 지켰기 때문이었지.

첫째, 아무리 힘들어도 뛰는 도중에 걷지 않기.
둘째, 나에게 널 두고 먼저 가라고 말하지 않기.

막상 출발선에 섰을 때는 네가 이 두가지가 어떤 의미인 건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너무 쉽게 대답하는 것 같았어. 나를 먼저 보내므로써 부담을 덜 수 있는 기회도, 그렇다고 편해지고 싶은 유혹 조차도 너에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 두가지 약속에 대한 무게는 그렇게 가볍게 시작됐지만, 힘겹게 뛰고 있는 널 보는 것만큼 점점 더 무거워지더니 골인 지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는 나에게 정말 커다란 기쁨을 안겨줬단다.

이제 또다시 너와의 달리기를 준비하면서 나는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됐단다. 이번엔 너에게 약속 같은 걸 해달라고 하지 않을 꺼야. 그리고 그때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너와 다시 시작하는 마라톤에 또 한 번 의미를 갖어보려고 해. 그게 뭔지 지금부터 말해줄께.


Posted by Lyle
A Day in the Life2010. 9. 8. 22:49

나에게는 이질적인 여자들에게 호감을 느꼈던 경험들이 있다.

잠깐이라도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욕을 참 잘해서 관심을 갖었던 사람과,

놀라울 정도로 어눌한 말투가 좋았던 사람도 있었고,

시간 날 때마다 나이트에 놀러다니는 성질이어서 도무지 함께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던 탕녀도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 다들 매력적인 여자들이었다.


이제 경험보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고, 그래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좋아졌다.

그런데 어느새 그런 내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에게 참 이질적인 남자가 되어있었다.

그로인해 알게 됐다, 내가 그 여자들에게 갖었던 느낌은 호기심이었다는 걸.

그들에게 내가 상처를 남기진 않았을런지...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