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흐린 날의 연속이었다가 날이 쨍하자 몸 좀 말리자고 드래곤스 백 트레일(Dragon's back trail)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잘 못 알고 간 것 같아 다녀와서는 다시 검색을 해봤는데요, 역시 쓰레기 바다인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가 저를 오해하게 만든 거였더군요. 이 글이 트랙백하고 있는 글은 그나마 가감 없이 사실대로 쓴 편이고요, 그밖에 다른 글들은 대게 인터넷에서 본 내용들을 옮기다가 말 하나씩 빠뜨리면서 드래곤스 백 트레일을 히말라야쯤 되는 곳으로 만들려는가봅니다.
블로그들에 씌어진 내용들을 보면 짧은 홍콩 여행중에 반나절 이상을 드래곤스 백 트레일에 할애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일부러 드래곤스 백 코스 때문에 일부러 홍콩에 왔다는 경우도 있더군요. 한국 등산객들의 특징대로 복장과 장비를 완벽히 착용하고서 말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된 이유이면서, 다녀온 후에 의미부여 하기 위한 말이기도 하고, 블로그마다 서로들 퍼나르며 빠지지 않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타임지 선정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
오늘 다녀온 저는 이 말이 뭔가 이상해서 잘못된 걸 꼬집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찾아보니 04년 11월 22일 아시아판 타임지에 커버로 "The Best Urban Hike in Asia" 라고 소개되었더군요. "Urban" 이 빠진 건 상당히 큰 차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소개된 내용에도 가장 큰 장점으로 도시에서 상당히 가깝다는 점을 쓰고 있죠. 그걸 감안해도 오늘 그 길을 걸으면서 대체 그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얼마나 많은 하이킹을 다녀보고 감히 그래곤스 백 트레일을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쓸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자한테 뭘 기대하겠어요, 더구나 아시아판 타임지한테. 사진기자가 찍어온 사진들 보면서 쓴 기사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 소감으로 드래곤스 백 트레일은 한국의 동네 뒷산 정도입니다. 물론 동네 뒷산이라고 하기엔 코스가 긴 게 사실이지만, 버스가 거의 산의 능선까지 날라다주고요,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약간만 올라가면 그 이후부터는 거의 평지입니다. 중반부터는 능선을 따라 가는 게 아니라 거의 평행으로 계곡을 가로지르며 닦여진 흙길을 지나게 되고, 후반에는 시멘트 길도 나옵니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코스라는 게 제게는 가장 큰 감점요소 입니다.
등산의 개념보다 운동으로써의 달리기, 자전거 타기, 또는 피크닉에 더 적합한 길입니다. 홍콩 사람들은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한국의 등산로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내리막 길을 못 걷더군요. 그걸 감안하면 한국 사람들에게 드래곤스 백 트레일은 오솔길 정도의 난이도일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양손에 지팡이 짚고 등산곡에 배낭까지 무장을 하는 건 분명 뭘 잘못 알고 온 거죠.
홍콩에 관광온 분들은 여기 가지 마세요. 풍경이 멋있다고는 하지만 며칠 안되는 여정을 할애하기엔 한국사람 성격상 신발부터 모자까지 챙겨야 하니 아까운 시간과 무거워진 짐 생각하면 정말 아까운 일입니다. 혹시 한 열흘정도 체류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서쪽에 해변 산비탈에 지은 아파트들 보이고요, 동쪽에 조그만 부자동네 하나랑 골프장 하나 보이고요, 그리고 끝에 아주 작은 해수욕장 하나가 보게 되는 풍경의 전부 입니다. 히말라야 같은 데 가려고 비행기표 사는 건 이해가 가지만 심심하게 2,3시간 걷는 것이 홍콩을 찾는 이유라면 인터넷 블로그들 너무 믿지 말고 다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사람들이야 이미 다녀왔으니 좋았다고 의미부여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