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little thing2004. 1. 27. 17:32
난 고등학교 때 수업을 잘 안들었어. 중학교 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나고... 어쨌든, 국어시간은 따분했고 영어 수학 시간엔 다 아는 이야기들뿐이고. 그래서 수업시간동안 자습을 하거나 낙서를 했지. 그당시 내가 썼던 수십권의 연습장들은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뒀었는데 그 안에는 그리다 만 그림들까지 이런 그림들이 잔뜩 있었다. 어느날 그 노폐물들을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몇 개만 뜯어놓았고 그 중 두 개만 보여줄께.


신문에서 본 하늘다람쥐야. 너무 이뻐서 연습장에 그려놨지. 두 개 그렸었는데 하난 누구 줬어. 꼴에 싸인까지 넣은 거 봐라. 겨우 낙서였지만 손가는 데로 그린 그림보단 생각이 있어서 그린 것들이 많아. 그래서 내 그림에 사인을 했던 것 같아. "이건 내 생각이야" 하는 식으로.


나도 오랜만에 이그림 보고 놀랬어. 난 아직도 저 구석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Posted by Lyle
her Little White Book2003. 12. 17. 13:17
- 허방 -
맘속 맺힌 매듭 풀지를 못해서
밤마등 헤매제만 돌아갈 디가 없어서
헤어진 사람들은 별빛보담은 아득해서
싸구려 막쇠주에도 취할 수가 없어서
거리에 불빛들이 웬수보담도 짚어서

내닫는 걸음마등 끝끝내 허방을 짚거든
짓뭉개데끼, 짓뭉개데끼, 나라도 기억해라우
역전 뒤 힛빠리 골목에 누워, 스무 해동안
아직까장 지달리고 있는 나라도 기억해라우.


오메, 쩌그 창문에 있는 보름달이 뿌얀 걸 봉께, 나가 아직까장 울고 있었든 모양이요잉.

- 보름달 -
내 몸뚱어리를 스치고 지나간
그 많은 남자들이
단 한 남자로만 밝아오는
저 환장한 보름달!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