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11. 10. 31. 14:23
어느날에 문득 담배를 참기 시작하고서 5년이 지나도록 담배를 끊었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나중에 담배 연기가 싫어지고 그 냄새가 몸에 밴 사람이 불편해질 정도가 되어서도 나 스스로조차 담배를 끊었다는 자신이 서질 않았다. 언젠가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가 났을 때 한 개피 담배가 그렇게나 간절했던 걸 꾹 참아낸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간신히 참아낸 데 대한 안도와 함께 담배는 여전히 참아야 하는 존재일 뿐이란 생각은 더 분명해졌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엔 교통사고의 충격보다 컸지만 지나서는 유치하기 그지 없는, 누구나 뻔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상투적인 이유로 나는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담배연기였는지도 모른다. 직접적인 상관관계야 없겠지. 하지만 나 스스로가 담배가 되어갈 수록 이걸 다시 물게 만든 그 순간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졌으니까. 시간이 지날 수록 다시 헤어나올 수 있을까 걱정스럽게 만드는 건 담배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마는 그런 순간이 아니란 걸 알게 해줬으니까 말이다.

처음 그랬을 때처럼 이번에도 큰 결심 없이 문득 찾아온 어느날이 있었다. Beer Lao 를 핑계삼아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을 눌러앉힌 곳, 라오스의 국경에서였다. 각자 세 병째 비우던 중 한참동안 담배를 끊었던 친구는 내게 담배 한 개피를 달라고 했다. 내게 단 두 개피만 남아있는 걸 보고 그는 바로 사양했지만, 그 순간이 오래전에 문득 찾아왔었던 어느날과 같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하나씩 나눠 피운 후로 지금까지 난 잘 참고 있다. 이제 지나고 나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는 걸 알게 된 나는, 그렇게 훈련된 나는 조금 더 자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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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Iran2011. 4. 10. 17:47

1월 28일, 금요일에 극적으로 이란 비자를 받았습니다. 비행기 출발을 12시간 정도를 남기고서, 비행기를 취소해야겠다 생각하던 찰나였는데 주한 이란영사관에서 비자를 찾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죠. 사무실에서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영사관에서 비자를 찾아오는 일, 짐싸는 일, 그리고 환전이 가장 큰 문제었습니다. 영사관 방문은 친구에게 부탁해놓았고, 짐싸는 일은 퇴근 후 집에 가서 하면 됐죠. 진짜 문제는 환전이었는데 인천공항 은행도 10시 무렵엔 문을 닫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촉박했어요. 퇴근하자마자 집에서 배낭 꾸리고, 공항리무진 타고 공항까지 밤 10시 전에 도착하고 그 사이에 친구도 만나서 비자도 건네받아야 했죠. 그래도 비자가 나온 게 정말 다행이었지 뭡니까. 나머지 일들은 즐거운 스릴!

이란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은 초청장을 받는 과정과 영사관에서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들이 많아져서, 입국에 비자가 필요한 나라라도 서류와 돈 내고서 며칠 후에 찾으러 가면 되는 인도 처럼 쉽게 생각한다면 실패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서 이란 비자를 받고자 한다면 최소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솔찍히 한 달도 불안합니다. 신청하는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게다가 주한 이란 영사관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고 이란 현지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쉬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초청장 (IRI E-Visa) 신청은 http://evisa.mfa.gov.ir:7780/mfa 에서 하면 됩니다. 지금 접속해보니 지난 몇개월 사이에 양식이 조금 단촐해졌네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입력하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된 글이 있는데, 전에는 띄어쓰기도 하면 안됐었나봅니다. 그런데 제가 신청할 때만 해도 띄어쓰기 해도 괜찮았고 그냥 상식적으로 쓰면 됩니다. 더욱이 이젠 전처럼 쓰기 애매한 질문들도 없어졌군요. 그런데 문제는 본인 사진과 여권 스캔 이미지 입력이에요. 각각 제한된 사이즈가 꽤 작아서 사진/여권 스캔에 애를 먹게 됩니다. 여권사진은 비교적 쉽게 했지만 여권 스캔 이미지를 40k 제한에 맞추기가 어려워서 크기를 작게 스캔했더니 글씨가 읽히지 않는다며 한 차례 disapprove 됐습니다. 그렇게 한 번 거절당하는 데도 1주일씩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거죠. 글씨 다 알아볼 수 있게, 칼라로 스캔해서 업로드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란에서 IRI E-Visa approval 이 이메일로 도착합니다. 자칫 approval 이 도착하면 그것 자체가 Visa 인 것처럼 생각하고 다 끝난 것처럼 착각할 수가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받은 approval 내용인데 3 working days 후에 주한 이란 영사관에서 비자를 찾기만 하면 될 것처럼 되어있었죠.

خانم / آقاي HONGJOO LEE 
عطف به درخواست رواديد شما به شماره 2000097672 به اطلاع ميرسد که باتقاضاي شما به شماره مجوز 882531 موافقت بعمل آمده است . لطفا پس از گذشت سه روز کاري از دريافت اين موافقتنامه به نمايندگي جمهوري اسلامي ايران در SEOUL مراجعه و ضمن ارائه مجوز فوق نسبت به اخذ رواديد خود اقدام نماييد .
اداره رواديد و گذرنامه / وزارت امورخارجه 

Dear Mr./ Mrs. HONGJOO LEE 
With reference to your visa application No 2000097672 , we are glad to inform you that your request is approved under No. 882531. . After 3 working days of receiving this approval , please approach in person the Iranian Embassy / General Consulate in SEOUL . and collect your required visa .
Best regards,M.F.A / Passport and Visa Office .




정확한 과정은 제가 알 수 없지만 초청장이 주한 이란 영사관으로 도착해야 영사관에서 비자 신청을 할 수가 있습니다. approval number 를 가지고 영사관에 전화로 확인해보면 도착여부를 알려주는데, 이메일에는 3일 걸린다고 되어있었지만 제 경우는 3주가 걸렸습니다.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초청장을 신청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초청장이 주한 이란 영사관에 도착하면 영사관에서 알려준 계좌로 은행에서 입금한 후 입금증을 가지고 영사과에서 비자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은행에서 발급해준 입금증을 첨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온라인 입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꼭 은행을 방문해야 하죠. 그렇게 영사과에 비자 신청을 하면 나흘째 되는 날에 비자가 나옵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