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봤던 것 말고 뭔가 낯설고 생소한 게 없을까를 계속 찾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그런 걸 찾아 넣는 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게다가 정보는 쏟아져도 모두 다 같은 정보들 뿐이어서... 그래서 결국 남들 다 갔던 루트를 답습하게 된 것 같아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아쉬움이 생겼더랬죠. 그런데 수개월 전 론리플레닛 스페인을 보다가 조그만 시골동네 하나를 표시해뒀던 것을 다시 발견했네요. 세비야에서 꼬르도바로 가는 A4 고속도로 사이에 있어서 중간에 들를 수 있겠다 싶었던 작은 도시, 인구 3만도 안되는 까르모나(Carmona) 였습니다.

Seville to Carmona

Seville to Carmona


세비야에서 까르모나로 가는 버스는 많습니다. 세비야의 Prado de San Sebastian 버스역과 까르모나의 Paseo del Estatuto 역까지 2유로에 평일 하루 20편씩 있습니다. 시간도 45분밖에 안걸리고요. 그래서 세비야에서는 까르모나로 가는 당일 관광상품도 있습니다. 혹은 세비야에서 꼬르도바로 가는 당일 관광상품 중에 들르는 곳으로 까르모나가 포함되어있는 경우도 찾을 수 있었고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일정은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가면서 까르모나와 꼬르도바를 모두 거치는 겁니다.

세비야 --(아침버스)--> 까르모나 --(오후버스)--> 꼬르도바 --(밤 AVE)--> 마드리드


세비냐에서 까르모나로 가는 것과 꼬르도바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건 전혀 문제가 안되는데 까르모나에서 꼬르도바로 가는 버스가 세이뱌에서 까르모나로 가는 것 만큼이나 자주 있을까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까르모나의 관광광청(?)에 메일을 질문을 보냈죠. 부끄러운 스페인어로 버스 시간표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답장도 스페인어로 다음과 같이 왔습니다.

Estimado Xabi
 
Le informo que las conexiones de autobús entre Carmona y Córdoba son las siguientes:
 
Carmona-Córdoba:        8:15    (De lunes a domingo)
                                    15:15    (De lunes a domingo)
 
Córdoba-Carmona:        11:00 (De lunes a domingo)
                                      17:15 (De lunes a sábado)
                                      19:10 (Domingos y festivos)
 
Esperamos que esta información le sea de utilidad.
Cordiales saludos, Ana Jiménez.
Oficina de Turismo de Carmona.

대략 봐도 알 수 있듯 까르모나에서 꼬르도바로 가는 버스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침 8:15분에 한 편, 오후 15:15분에 한 편 있네요. 아침일찍 까르모나로 갔다가 대략 둘러보고 15:15분차 타고 꼬르도바에 가면 꼬르도바의 이슬람사원, 메스끼타도 보고 로마노다리에서 석양 보고 저녁도 즐기다가 밤에 AVE 타고 마드리드로 날아갈 수 있겠네요.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2007. 8. 19. 00:37
왜 해외여행하는 느낌과 국내여행의 느낌은 완전히 다를까요?

낯설음을 한껏 즐기는 게 여행이라지만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 먹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없고의 차이 때문에 느껴지는 이질감이라기보단 일종의 호기심 문제라고 봅니다. 평소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서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관점의 차이 같은 거죠. 예를 들어 우리들에게 경복궁은 그냥 공원 같은 느낌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다르잖아요? 바꿔생각해서 제가 해외에서 다니던 곳들이 현지인들에게는 그냥 생활 주변의 장소들이기 때문에 낯설음이나 호기심이 거의 없을겁니다.

그런 주변의 것들에 대해서 다 아는 것들인냥 하고있지만 실상은 많이 모릅니다. 그냥 어렴풋이 들은 풍월 이상의 것들에 대해선 귀를 닫았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남대문에 가보면 배낭을 걸친 노랑머리 파란눈들이 그주변 잔디밭을 서성이거나 앉아서 쉬고 있을겁니다. 그런데 전 그곳을 그냥 버스타고 지나치기만 했을 뿐이죠. 오죽하면 '남대문' 이란 말이 '시장' 또는 '상가' 라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하겠어요! 그만큼 상대적으로 남대문을 본적도 없고 또 모르니까요.

제가 서울을 외국인처럼 관광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단 서울 외 지역 사람들이 그러하듯 한강유람선이나 남산타워 따위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가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할 것 같고, 그리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번쯤 해외배낭여행 갈 때 매고 다니던 배낭을 꾸려서 서울을 돌아다녀보고 싶네요. 그래서 Lonely Planet Seoul 을 한 권 샀습니다. 그냥 읽어봐도 외국인의 관점이란 건 참 재밌더군요. 본질 밖에서 겉도는 것도 많지만 개관적이면서도 약간 관점이 다르다고나 할까. 좀 덜 더워지면 이책을 손에 들고 돌아다니면서 가이드북의 추천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 집에 돌아오면 어떨까 하고요.
Posted by Lyle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 대해서 조사해야 했던 까닭은 마드리드에서 바로셀로나로 갈 항공편 때문이었다. 내가 발권한 대한항공 항공편이 마드리드에 밤 9시 40분에 도착하기 때문에, 처음엔 도착 직후 바로셀로나로 트렌스퍼 할 항공편과 바로셀로나에 도착해서 첫날밤을 보낼 숙박까지 예약하고 싶었다. 그런데 도메스틱 항공편을 여러가지 알아봤지만 밤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도메스틱 항공편이 드문데다가 있더라도 대한항공편 도착시간과 불과 한시간여의 여유밖에 없어서 불안하더라. 비행기가 연착하지 않는다는 가정과 짐을 체크인 안하고 비행기에 들고탄다고 하더라도 입국 수속도 해야하고 도메스틱 항공편에 체크인도 해야하는데 한시간 정도는 무척 불안한 시간일 수밖에. 게다가 혹시 국제선과 국내선 공항이 구분되어있다거나 터미널 거리가 멀거나 하면 어쩌나 하는 치밀한 구상까지 하다보니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아봐야 했다.

Madrid Barajas Airport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공항엔 T1, T2, T3 터미널이 있고 2006년에 T4 와 T4S(satellite) 가 새로 열렸다.

T4 터미널로의 트랜스퍼

대부분의 국제선은 T1, T2, T3 에서 이착륙하고, 도메스틱의 경우 T4 를 이용한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도 T1 에서 이착륙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경유선을 포함한 스페인에 가는 거의 모든 항공편이 T2 를 이용한다. 일본항공과 British Airways 는 T4 를 이용하는데 일본과 영국을 경유하는 경유노선 항공편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바로셀로나로 갈 수 있는 도메스틱의 경우 Spainair(T3) 와 Air Europa(T2) 를 제외하고 Vueling, Iberia 등 모두 T4 에서 이착륙하더라. 그런데 Spainair 와 Air Europa 모두 바로셀로나로 가는 항공편이 내가 도착하는 시간 이전이어서 결국 난 T2 에 내려서 T4 로 가는 수밖에 없다. T4에서 출발하는 Iberia 가 11시경에 바로셀로나로 출발하는 노선을 갖고 있던데, 그렇다면 과연 T2 에서 T4 까지 1시간여의 여유만 가지고 트랜스퍼를 할 수 있을까?

 T4 와 T4S 가 2.5km 거리라는데, T1, T2, T3 는 지도를 보고 어림잡아도 T4까지 3.5km 는 되어보인다. 걸어가는 길이 있을리도 없지만 걸을 생각하는 것 조차도 우스우니 분명 두 곳을 연결하는 교통편이 있기 마련. 최근엔 T2까지만 운행하던 Line 8 지하철노선이 T4 에서도 서게 됐다고 하지만 지하철은 미련한 수단일 것 같고, 알아보니 3분 간격으로 무료 셔틀버스가 T1, T2, T3 와 T4 사이를 운행한단다. 그렇다면 내 비행기가 연착하지만 않고 마드리드에서 입국수속 하는데 많이 지연되지만 않았을 경우 부랴부랴 T4 로 가서 Iberia 를 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환불도 안되는 도메스틱 항공편을 덥썩 사버리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 다행히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는 Vueling 이 있더라, 그것도 싼 값에. 그럼 한밤에 T2 에 내려서 다음날 아침까지 뭘 하지?

바라하스 공항에 잘 곳이 있나?

작년에 인도에 가는 싱가폴 경유편 비행기를 탔을 때 싱가폴공항에서 공항 라운지를 이용하게 됐는데, 식사와 샤워, 그리고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숙박을 위한 시설은 아니었지만 잠깐 몸을 쉬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엄청난 규모의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 설마 그런 시설이 없을까? 마드리드 공항에 공항 호텔이 있다손치더라도 비싸서 이용하지 않겠지만 일단 호텔이 없으므로 트랜스퍼를 위해 호텔 라운지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듯.

공항 VIP 라운지는 T1, T2, T4, T4S 에 걸쳐 여러개가 있지만 특정 항공사 이용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거나 유럽 노선 이용자는 불가능하다는 등의 제약조건이 있는듯. 게다가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나 샤워시설이 되어있는지도 인터넷을 통해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일단 가보는 거지 뭐.

새로 지은 T4 터미널이 1천 평방킬로미터나 되고 06년에 Stirling Prize (영국의 건축상이란다) 를 수상했다니 일단 T4 로 가서 사람 별로 없는 시간에 사진도 찍고 구경하다 라운지 찾아가봐서 잘 수 있다고 하고 가격도 적당하면 몸 좀 쉬게 하고, 안되면 Vueling 창구 대기용 의자에 가서 쪼그리고 자면 될 일이다.

Madrid Barajas Airport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Spain2007. 7. 30. 17: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날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바로셀로나로 날아갈 부엘링항공을 예약했다. 좌석선택이 가능하기에 기왕이면 이착륙 시 도시 경관을 잘 볼 수 있는 창가 좌석을 선택하기 위해 부엘링항공의 비행기라는 AIRBUS A320 의 이미지를 찾아냈다. 날개 위치를 고려해서 창가 좌석 예약 완료.

아래 그림은 A320 의 날개 위치를 고려한 창가좌석 평가. 물론 타보기 전엔 좀 불확실하지만 대략 맞잖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Spain2007. 7. 30. 15:41

출발일 9월22일부터 도착일인 10월2일까지는 날짜로는 11일이지만 실제 관광할 수 있는 날짜는 출발일과 도착일을 뺀 9일 뿐이다. 처음엔 정말 빠듯하게 일정을 잡아서 스페인에서 가봐야한다고들 하는 곳은 죄다 일정에 집어넣고 교통편에 숙소까지 알아보면서 일정을 짰는데, 지금 생각은 그냥 여유롭게 몇 군데서만 있는 게 좋잖을까 싶다.

전에도 정말 빡씨게 일정을 짜서 없는 시간에 많은 곳을 돌아봤던 경험이 있지만 그때를 회상하면 "찍고만 왔던" 많은 관광지들에 대한 기억은 두리뭉실해졌고 여정의 중간중간 길 위에서 격고 느꼈던 일들이 더 큰 것 같다. 너무 많은 곳을 다니느라 시간에 쫓기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번엔 여유롭게 다니며 길 위에서의 여정에 기대를 걸어볼까 한다.

마드리드에서 바로셀로나로, 바로셀로나에서 세비야로, 세비야에서 다시 바로셀로나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드리드 -> 바로셀로나 (VUELING)
마드리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셀로나로 날아가려는 것은 어차피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가 마드리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여정이 마지막으로 마드리드를 남겨둔 것도 있지만, 마침 도착한 다음날인 일요일에 바로셀로나에서 축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약한 대한항공편이 밤 9시40분에 마드리드에 도착하기 때문에 그날 바로 바로셀로나로 날아가는 항공편을 알아봤는데, 값이 너무 비싸거나 혹은 시간이 촉박해서 트렌스퍼하기가 불안한 것들 뿐이더라. 하는 수 없이 하루밤을 마드리드 공항 대기실에서 보내고 이른 아침 비행기로 바로셀로나로 떠나기로 했다. 다른 항공편들을 일요일 비행기라 비쌌는데 마침 부엘링(Vueling) 항공의 아침비행기가 한화로 3만원 정도밖에 안하더라.

Vueling 은 스페인어로 volar (날다) 의 인칭변화 어간인 'Vuel' 뒤에 영어의 현재분사 어미 '-ing' 를 붙인 것 같다. 스페인어의 현재분사 어미 '-ando' 를 붙이면 volando 가 되지만, 부엘링 항공이 스페인 밖 유럽 노선들을 갖고 있으므로 국제적인 감각의 이름으로 그렇게 쓴 것이 아닐까 싶다.

바로셀로나 -> 세비야 (RENFE TRENHOTEL)
세비야행 딸고(TALGO)의 침대차 요금은 80유로가 는다. 부엘링 항공요금은 아침에 출발하면 30~40유로면 충분하다는 걸 생각하면 숙박료를 따로 부담해야한다 치더라도 차라리 숙소에서 편하게 잠자고 비행기로 이동하는 게 좋잖을까 싶기도하지만 야간기차는 한 번 타봐야할 것 같아서...

세비야 -> 마드리드 (AVE)
'새'라는 뜻의 스페인어 이름을 붙인 고속열차 AVE.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구간만 다닌다. 마드리드까지 2시간 30분가까지 걸리는데 가격은 70유로로 10만원이 좀 넘는다.


버스도 타봐야 하는데 그건 가봐서...

Posted by Lyle
9월말에 갈 여행에 대한 의욕이 앞서 미리미리 항공권부터 준비하자고 여행사에 전화했던게 4월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엔 예약은 가능하지만 아직 이르기 때문에 티켓값 확인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Lonely Planet 읽어가며 어디어디 가야할지 생각해놓고 지도 구경하면서 두 달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6월 되자마자 다시 전화했더니 이번엔 죄다 매진이라는 대답을 들어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거의 4개월 가까이 남았는데도 비행기표가 없다니... 그것도 스페인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스페인행 항공편 대부분이 유럽을 경유하기 때문에 유럽 가는 비행기표가 매진됨에 따라 덩달아 스페인도 못가게 된 거더군요.

그런 허탈한 대답을 듣고 바로 포기할 순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여행사에 전화도 하고 애써봤지만 이미 대기자까지 꽉 차있는 상태라 정말 눈 앞이 캄캄해졌죠. 그렇게 여행사들과 통화하던 중 처음 전화했던 여행사 여직원이 배낭여행 특가상품으로 나온 대한항공 직항편이 있는데 나이제한이 있어서 안되겠다는 말을 해줬죠. 만 30살이하 까지라고... 그 상품이 유일하게 자리가 남아있는 스페인행 항공편인데다가 금상첨화로 시간절약도 되는 직항인데다가 가격은 거의 경유편에 가까워서, 가뜩이나 안타까운 마음에 기름 끼얹고 불붙이는 기분이었답니다.

역시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여행사에선 자기들이 판매는 하지만 대한항공사측의 정책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죠. 그렇게 애태우던 중에 다른 여행사 사이트에서 같은 상품을 확인하게 됐는데, 약관에서 비행기 출발일 기준으로 76년생 이하까지 발권된다고 나와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제 사연을 들은 누군가가 제가 77년 3월생이므로 비행기가 9월에 출발하게 되면 출발일 기준으로 했을 때 30살 6개월이므로 30살 이하의 기준에 부합된다고 하더군요.

정말 맞는 말이죠? 30살 6개월이면 30살 이상도 되지만 30살 이하도 되는 겁니다. 그때부터 이 논리를 가지고 여행사에 문의하기 시작했으나 여행사에선 계속 안된다고 하고 항공사에 문의해봐도 마찬가지라며 나중엔 짜증까지 내더군요. 너가 직접 항공사에 확인해보면 될 것 아니냐며...

그래서 직접 항공사에 문의를 했고 역시 쉽지는 않았지만 3차례 전화통화로 제 논리가 맞음을 확인받은 후 여행사에 말이 안통하니 직접 전화를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더랬죠. 저에게 짜증냈던 직원이 민망했는지 다른 사람이 전화를 해서는 아래 사람이 착각을 했다며 결국 예약을 해줬습니다.

결국 전화위복이 되어 싼 값에 직항편을 얻게 됐지만 정말 어렵게 예약한 비행기표라서 예약만으론 불안하더군요. 발권기일이 아직 남아있었지만 어디선가 임의로 취소되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한다는 이야길 들어서 더더욱 기다리지 못하고 오늘 발권받아버렸습니다. 발권을 받아 놓아야 숙소나 현지 교통수단 예약도 하겠기에...

스포츠 선수들이 무슨 신기록을 만들면 기네스북 같은 데 등재하기 위해 몇 년 몇 개월이라는 식으로 나이 따지는 걸 봤지만 저도 그런 걸 해보게 됐네요.
Posted by Lyle

4월 30일은 전날의 일요일과 근로자의 날 사이에 끼어있어서 센드위치 휴일로 하라는 전사 방침이 있었다. 그러나 휴가가 며칠 남지 않았을뿐더러 스페인에 가기 위해 아껴둬야하므로 방침을 어기고(?) 출근해버렸다, 여유롭게 아침 10시에. 역시 아무도 안나왔더군.

오늘이야말로 스페인 관광청에 가서 자료를 얻어올 수 있는 절호의 땡땡이 찬스다! 언젠가 봤던 스페인관광준비에 관한 블로그를 다시 찾아보고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보고 사무실을 나왔다. 사진도 별로 없고 깨알같은 글씨만 있는 영문판 론리플래닛에 의존해서 볼만한 곳을 선정하고 루트를 짜기가 어려웠는데, 그 블로그에서 본 관광홍보자료가 괜찮은 참고꺼리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블로그에서 관광청의 호수는 잘 못 되었더라. 혹은 그사이 관광청이 506호에서 605호로 이사를 갔거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광화문역으로 간다. 지도에 표시된 1번 위치에 던킨 도너츠가 있는데, 왼쪽에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저 멀리 2번이라고 표시된 건물에 세로로 '세종빌딩' 이라고 적혀있는 게 보인다. 세종빌딩은 우측은 아파트고 좌측이 사무실로 되어있는 구조인데 좌측동으로 가서 605호를 찾으면 된다. 나무로 된 인테리어가 약간 이국적인 것이 사람들도 친절하고 좋더라.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2006. 10. 25. 16:50
원래 예정은 남원에 가서 밤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날이 일찍부터 어둑어둑해지는바람에 13번, 19번 국도 분기지점을 지나서 길을 밝힐 플래시를 찾기 위해 자전거를 세웠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진 몰라도 자전거에서 내려 짐을 푸는 사이 순시간에 어두워져버린 것 같다. 가로등도 없는 시골에서 보이지 않는 짐을 뒤지며 플래시를 찾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두운에 어떻게 간데요?"

뒤를 돌아보니 아까부터 보고있었다는 듯 길 건너편에서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플래시를 찾고 있잖아 라고 말하고 돌아섰는데, 속으로 너네 집에서 하루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헬멧에 플래시를 머리에 하나 꼽고, 뒤에서 오는 차가 볼 수 있도록 안전등도 하나 달고서 다시 길을 재촉했다. 한 1km 쯤 갔을까? 눈 앞에 갑짜기 나타난 뭔가가 있었는데, 길 옆에 펼쳐놓고 말리던 쌀 낱알을 돌보러 온 농부 할아버지였다. (추수기라 그런지 여행 내내 낱알 말리는 풍경을 많이 봤다. 전부 다 도로 가길을 이용했기 때문에 자전거 여행중인 내게는 길을 빼앗긴 기분에 볼 때마다 반가울리 없었다.) 다행히 할아버지를 치진 않았지만 가뜩이나 조마조마하던 가슴을 오그라들게 하기에 충준했다. 그리고 얼마 더 못가 자전거를 되돌렸다. 아까 13번 국도와 19번 국도가 분기하기 직전에 보아뒀던 수남초등학교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학교에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눈치 볼 것도 없이 그대로 운동장 한구석에 텐트를 쳤다. 그리고 저녁 대신 양갱 두개를 오물오물 씹고서 일찍 누워서 잠을 청했다. 몸을 쉬게 했더니 밤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지만 대신 외로워움이 밀려들었다. 여행 내내 충전이 어려운 휴대전화의 베터리를 아낄 생각으로 어딘가에 전화 한통 하지 않고 참았다. 사실 별로 전화할 곳도 없다는 생각에 더 쓸쓸했다. 가끔 휴대전화란 건 날 더 쓸쓸하게 만들기도 하더라.

새벽 4시가 되자 전날에 내가 가을 날씨를 우습게 봤다는 걸 깨달았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짐을 뒤져 점퍼를 뽑아내 입어야 했고 몸을 웅크리고서 바들바들 떨면서 버텨야 했다. 6시가 조금 넘을 때까지 나의 비몽사몽간의 바이브레이션은 계속 됐다. 그러다 오줌이 마려워 밖으로 튀어나갔지만 밖의 엄청난 추위 때문에 곧바로 다시 안으로 뛰어들어와서 바이브레이션을 계속했다.

아침 7시쯤 되어 몸을 일으킨 것 같다. 그땐 밖이 제법 밝았기 때문에 안보다 밖이 더 따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비좁은 텐트를 빠져나와 미끄럼틀 옆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있다가 운동장을 살펴봤다. 저 멀리서 한 꼬마아이가 공을 차다가 나를 외계인 바라보듯 낯설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전부터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던가보다. 운동장 한구석에 사람 하나 간신히 들어갈만한 텐트 속에서 누군가 느릿느릿 밖으로 기어나와 웅크리고 있으니 아이의 흥미를 끌 수밖에. 그렇게 앉아있다가 조금 견딜만해지자 해가 잘 드는 곳에 침낭과 텐트를 널었다. 밤새 내 몸에서 증발한 수분과 새벽 이슬이 고여 텐트 안으로부터 물을 한바가지는 쏟아낸 것 같다.

시골 아이들은 학교에 참 일찍도 나오더라. 이른 아침부터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몇몇 아이들이 쭈뼛쭈뼛 낯선 내게 다가왔다. 그중 어떤 한 무리의 아이들은 선생님이 각자 세개씩 쓰레기를 주워오란 지령을 받고 신나게 출동했는데, 내가 어제 밤에 먹었던 양갱 껍질을 건내주자 그 중 한 녀석이 신나게 받고서 뛰어갔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녀석이 "저두요!" 하고서 나한테 달려들었는데 난 그녀석도 나에게 쓰레기를 달라는 건 줄 알았다. 실망하며 돌아서는 녀석을 보니 아마 녀석은 내가 쓰레기가 아닌 양갱을 나눠주고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순간 가방에서 몇개 꺼내줄까 싶었지만 내 비상식량을 그렇게 방출했다가 남아날 게 있을까 싶어 참았다. 그렇게 몇몇 아이들이 나와 접촉했던 걸 시작으로 운동장에 있던 거의 모든 아이들이 나를 거쳐갔다. 그 아이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내가 타고온 자전거의 안장을 낮춰서 태워주며 놀고 있었는데 아침조회가 시작되자 그 아이들은 나만 놔두고 우르르 가버렸다.

아침조회가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앞으로나란히, 옆으로나란히 하면서 줄을 서다가 곧 시작된 교장선생님의 훈하말씀을 참아내느라 애쓰기 시작했다. 나역시 그 길고도 찬란한 훈하말씀을 운동장 뒷편에서 듣고 있었다. 실로 20년만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훈하말씀을 듣자니 저런 걸 매주 한편씩 준비해야 하는 교장선생님의 고충이 안스러워지기도 하더라. 나 어릴 때 다니던 학교와는 달리 단지 십수명이 그러고 있는 걸 보니 나에겐 그저 아기자기해보이고 정겨웠지만, 아마 아이들에게는 내 어린 기억과 똑같이 지겹기만할 게 뻔하다. 그건 마치 어려서 아버지가 보시던 9시뉴스를 도대체 무슨 재미로 보실까 영원히 이해 못할 것 같았던 내가 같은 시간의 뉴스를 흥미롭게 보고있는 지금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같은 느낌이었다.

조회중에 말려놓은 텐트나 침낭을 접는 등 떠날 준비를 하느라 부산을 떨기가 죄송스러워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조회가 끝나자 교장선생님이 텐트를 걷고 있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자전거 여행 중이냐고, 좋은 경험 한다고 격려해주시던 중에 나에게 학생이냐고 물으셔서 아침부터 기운이 솓아났다.

처음 만져보는 디카였나보다. 내 카메라를 뺐어서 놀던 씩씩한 아이(앞)와 그 똘마니(뒤)


절대 사진 안찍히겠다고 피해다니던 녀석. 이른 아침 운동장에서 날 처음 발견하고 쭈뼛쭈뼛 관심 보이던 바로 그녀석이다. 안장 높이를 낮춰서 자전거 태워줬더니 자전거에서 내리다 제대로 자빠졌는데, 뻘쭘하니까 그길로 바로 철봉에 매달리더니 딴청을 피우는 귀여운 짜식. 저기 뒤에 일광욕 중인 침낭과 텐트가 보인다.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2006. 10. 25. 14:42

지난 제주도 하이킹 때 가장 큰 에로사항은 자전거 뒤에 설치하는 짐받이에 고무줄(?)로 묶는 것으로는 짐 들고다니기가 참 불편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텐트까지 갖고갈 이번 여행을 앞두고 트레일러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이물건을 찾아내서 폴란드에서 공수하느라 한달여동안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012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2006. 10. 6. 21:49

집 밖으로 나가질 않는 어머니, 그래서 결국 어머니와 함께 그를 가두고 있는 길버트 그레이프의 집. 그는 어머니가 죽자 그동안 그의 발을 묶어두었던 그 집을 태워버리고서 여행을 떠난다.

9월 29일, 지난 2년동안 나를 묶어두었던 것으로부터 해방됐다. 믿을 사람 아무도 없었던 시작처럼, 그 끝 또한 쓸쓸하고 허탈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가 그럴 수 없음을 확인했던 그 시작처럼, 누군가로부터 그간 고생많았다고 위로받고 싶었지만 너무도 조용하고 허탈한 끝은 위로받을만한 여지를 남겨주지도 않았다.

그 허탈함 앞에서 제일 처음 하고 싶은 일은 떠나는 것. 정해진 시간 안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어쨌든 빨리 다 등져버리고 떠나는 것. 그렇게 떠난 후에 충청남도 금산을 지난 13번국도 위 어디쯤에서 땡볕을 등에 업고 땀을 쏟아내다가 불현듯 떠오른 것이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였다.

"그래서 그가 집을 태우고 떠난 거였구나."

그는 트레일러를 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Posted by Lyle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행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리던 중 한 국 사람 셋을 만났다. 그중 둘은 교인내외로 봉사활동인지 관광인지를 가는 사람들이었고, 또 하나는 요하네스버그에서 아버지 사업을 돕는 건장한 20대 남자였는데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가 돌아가는 중이라했다. 13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에 그친구와 함께 노닥거리면서 갔다.

그친구가 말이 좀 많은 편이기도 했지만 나로써도 아프리카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들을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때 그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말 하나가 아프리카에서도 같은 민족 등쳐먹는 건 한국사람 뿐이라는 말이었다. 현지에서 듣던 것처럼 흑인들이 매우 위험하긴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끼리는 헤치지 않는데 한국 사람들은 서로서로 믿을 게 못된단다.

몇해전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사기를 치는 한국 사업가들에 대한 TV다큐가 떠올랐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쯤 그친구가 나에게 돈을 얼마나 가지고 가느냐고 은근히 물어오자 그조차도 경계를 하게 되는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 위험한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는 한국에서 속이는 사람보다 속는 사람이 더 바보 취급 당하는 걸 보면 얼마나 그런 한국인들에게 익숙해져있으면 그럴까 싶어 이땅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든다.

Posted by Lyle

스와콥문트 해변의 Sand Lodge


사실상 나의 아프리카 여행은 스와콥문트(Swakobmund)에서 끝났다. 아직 투어를 반이상 남겨놓고 전날의 파티를 마치고 재충전을 하며 잠든 이들을 뒤로하고서, 이른 아침에 숙소를 나와 나를 나미비아(Namibia)의 수도 빈툭(Windhoek)으로 태우고 갈 버스를 기다렸다. 그곳에서 난 또다시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다.

유치한 신경전을 벌이고선 끝까지 나와 아는 척을 안했던 볼트(Walt)의 형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바닷가를 산책하고 숙소로 올라오다 숙소 앞에서 마주칠뻔했는데, 나는 그를 목격하고서 슬며시 딴청을 피우며 자릴 피해버렸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숙소의 문으로 들어올 게 뻔한데, 마지막 가는 길에 감정을 풀고 허심탄회하게 작별인사를 나눌까 싶었지만...

Posted by Lyle
새해 마지막 날, 우리 집에선 가족들이 모여앉아 0시를 기다렸다가 자곤 했었다. 그런데 누나와 내가 둥지를 떠난 후에도 부모님은 여전히 그렇게 하고 계실까? 그런 의문이 자이뿌르에 있었던 12월 31일에 들었다. 그래서 한국 시간으로 0시가 될 때를 기다릴까 했지만 혹시 쉬시는 걸 방해할까봐 일찌감치 집에 전화를 넣었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함께 못해서 죄송합니다.

한국 시간으로 0시가 되는 순간은 알지도 못했다. 인도 시간으로 0시가 될 무렵에 나는 자이뿌르 기차역 웨이팅룸에서 델리로 출발하는 기차를 기다리며 졸고 있다가 갑짜기 서로 얼싸안으며 인사를 나누는 인디언들 때문에 졸음에서 깨면서 새해를 맞게 됐다. 그때 웨이팅룸에 있던 인디언들이 새해를 행복하게 보내라고 인사해준 첫번째 사람들이다.

새해 첫날밤에 우리나라 남대문 격인 인디아게이트에 찾아갔다. 그 앞에서 삼각대를 써서 내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새해 첫날이라 친구들, 연인들, 가족들이 몰려들어서 인디아게이트 주변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바리케이트를 설치했을 줄이야... 인디아게이트와 타지마할(삼각대 반입 금지) 때문에 무거운 삼각대를 여행 내내 들고다녔던 건데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더이상 뭘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바리케이트 앞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람들을 모아 사진을 찍었다. 돈 달라고 할 껄 두려워해서 공짜라고 소리를 질러야 일단 경계심을 풀고, 자기들 끼리는 사진을 찍어도 낯선 사람에게 사진을 찍히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 모으기가 힘들었다. 심지어는 내가 그곳에 삼각대를 설치하고서 얼마 후부터 사람들로 빼곡했던 내 주변이 텅 비어있는 걸 보게 됐다. 돌아가는 길을 모르는 나를 기다리던 릭샤꾼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가라고 말한 후부터 두시간을 그곳에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커플이 멈짓하며 내게 가까이 왔다.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자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묻더라. 아마도 계속 나를 관찰했던 것 같은 그들에게 새해 첫 날을 타지에서 혼자 보내고 있노라고, 하지만 내 나라로 돌아가서 새해 첫날에 행복한 한해를 기원해하며 즐거워하는 인디언 친구들, 커플들, 가족들과 한자리에 있었던 걸 추억하고 싶다고 말해줬더니 경계심을 풀고 모델이 되어주었다. 사진을 찍은 후에 그들에게 결혼할꺼냐고 물었더니 아직 조심스러운지 서로 대답하기를 어려워하더라. 내가 잘못된 질문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을 때 괜찮다면서 남자가 말문을 열었다.

"I'm not sure about our marriage. But I'm sure that we love each other and we will be together forever."

내 수첩에 그때 내 모델이 되어준 수많은 행복한 인디언들의 이메일 주소가 적혀있다. 알아보지도 못하게 쓴 글씨로 사진을 보내달라며 빼곡히 적어준 이메일 주소로 모두 다 보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커플에게만은 꼭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커플을 포함해서 새해 첫날 밤을 함께했던 행복한 인디언들의 사진을 찍던 때를 생각하면 내가 사진을 더 잘 찍을 줄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