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마이클잭슨으로 시작해서 중학교 1학년 때 비틀즈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레드제플린으로 하드락을 듣게됐고, 건즈엔로지즈로 헤비메탈을 즐기게 됐죠. 그때는 지금처럼 음반을 많이 살 수 있는 형편도 못 됐고, 갖지는 못해도 검색을통해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노래들이 '발견'의 의미를 갖을 때습니다. 다양하게 많이알지는 못했지만 비틀즈, 레드제플린, 건즈엔로지즈만 알아도 록앤롤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었습니다. 롤링스톤스를 몰라도비틀즈를 떠올리면 들리는 듯했고 딥퍼플을, 메탈리카를 몰라도 라디오에서 몇 곡만 듣고서도 전부인 양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서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스레쉬 메탈이란 걸 듣기 시작했죠. 빌보드엔 판테라가 있었고 한국엔 크레시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팝에서 시작해서 록큰롤, 하드록, 헤비메탈 이제 스레쉬 메탈까지, 점점 더 제 취향은 시끄럽고 자극적인 음악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수학의 정석 I 뒤에 II 를 사게 되듯, 성문 기본 뒤에 종합이 순서인 것처럼 그 다음이 데스 메탈이겠거니 너무 당연시하며 카르카스나 네이팜데스 같은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와줬으면 좋겠다며 책걸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무렵에 롤링스톤스가 새음반 Voodoo lounge 을 발표했습니다. 그들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된 비틀즈는 이미 한참 전에 해체되어 벌써 고전이라고 불리게 될만큼 옛 일이 됐습니다. 헤비메탈마저 전성기를 지나고 얼터너티브락이나 모던락이 대세를 이루던 시기였죠. 그런데 결성된지 30년이 지난 그 나이에 록앤롤 새 음반을 낸다는 것이 에너지 넘치는 스레쉬 메탈을 듣던 저로써는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빨간 셔츠에 하얀 구두 신고 다니는 일처럼 비춰보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내가 과연 몇살까지 이처럼자극저인 음악에 머릴 흔들어댈 수 있을까 하고요. 예음레코드 재즈 카탈로그를 집에 들고온 어느날 그 안에서 보게 된재킷 사진 속에서 뿔태 안경을 쓴 채 차분히 앉아 있는 백인 아저씨에게 이끌려 재즈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저는 롤링스톤스의 공연실황 DVD, shine a light 를 보고 있습니다. 빨간 셔츠와 흰구두처럼 보였던 voodoo lounge 가 발표되고 햇수로 15년이 더 지나서도 방방 뛰어다니며 그 어떤 밴드들보다 섹시한 스타일과 연주로 무대를 누비는 걸 보고있습니다. 나이들면 락이 빨간 셔츠 같은 게 될꺼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그런 착각을 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사고 싶은음반들을 돈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게 되었고, 음악은 여전히 갖고 싶은 것이지만 검색해서 들어볼 수 있을만큼 가벼워졌고,라디오는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거나 다름 없습니다.)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락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어떤 착각으로인해 재즈를 만나게 된 것도 참 다행입니다.